글 · 사진 | 이관용 (서울숲 파스텔 – Park Story Teller)

○ 일시 :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14:30-16:00
○ 장소 : 서울숲공원 방문자센터 2층 세미나실
○ 내용 : [인터뷰] 어반비즈서울 신우식 양봉가 인터뷰

서울숲 꿀벌정원은 서울그린트러스트(서울숲컨서번시 소속 재단), 어반비즈, 마몽드 이 세 단체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자그마한 정원입니다. 이곳에는 사회적기업 ‘어반비즈’가 관리하는 벌통이 있습니다. 어반비즈는 꿀벌이 도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꿀벌숲을 조성하고 도시양봉가를 양성하는 일을 합니다. 어반비즈가 조성하는 꿀벌숲 중 하나가 바로 서울숲의 꿀벌정원입니다. 꿀벌이 활발히 활동하는 가을엔 이곳 근처에만 가도 수많은 꿀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꿀벌정원의 벌통과 꿀벌을 관리하는 어반비즈의 신우석 양봉가를 파스텔이 만났습니다.

Q.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숲 꿀벌정원의 벌통과 꿀벌을 관리하는 어반비즈의 신우석 양봉가입니다.

Q. 양봉가로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원래는 광고대행사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몇 해 전 아버지께서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셨죠. 재취업으로 귀농을 알아보시면서 양봉에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아버지를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저도 양봉회사를 알아봤죠. 많은 양봉회사가 시골에 있는데 어반비즈서울이 유일하게 도시에서 양봉을 한다고 하기에 기회다 싶었어요. 그렇게 작년 한 해 양봉가 교육을 받고 올해부터 어반비즈서울의 정식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Q. 어반비즈서울만의 양봉 사업 특징이 있나요?

A. 일단 도시에서 양봉하는 게 특이하죠. 사실 꿀벌 키우기에는 시골보다 도시가 좋아요. 도시에는 산과 공원을 비롯한 녹지나 하천이 잘 보존돼 있잖아요. 특히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에 영등포구만 제외하고 모든 자치구가 산을 끼고 있거든요. 꿀벌이 그곳에 있는 야생화에서 먹이를 수집할 수가 있어요. 또 벌들은 습한 환경보다 고온 건조한 환경을 좋아해요. 저희가 양봉장을 보통 건물 옥상에 많이 설치하거든요. 햇빛도 잘 들고 바닥에 습기 찰 일도 없죠. 더군다나 도시에는 열섬현상이 일어나서 기온도 시골보다 높아요. 꿀벌이 살기에 안성맞춤이죠. 또 저희는 3無 양봉을 해요. 설탕물, 항생제, 살충제가 없는 양봉이죠. 보통 양봉을 하시는 분들이 꿀 채취를 많이 하려 설탕물을 대체 먹이로 주고, 각종 질병을 막으려 항생제와 살충제도 쓰세요. 이게 꿀벌들의 생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엔 상품에도 영향을 주죠.

“벌은 사람을 무서워해요.”

Q. 벌이 무섭지는 않나요?

A. 저는 처음부터 무섭지 않더라고요. 저희 회사에 꿀벌을 무서워하는 분들도 계시긴 해요. (웃음) 물론 쏘이기도 하죠. 그런데 꿀벌은 말벌과 엄연히 습성이 달라요. 꿀벌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무서워하거든요. 그럼에도 저희가 꿀벌에게 쏘이는 이유가 있어요. 저희는 꿀벌들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벌통을 열고 틀을 꺼내서 확인하거든요. 건강상태는 어떤지, 여왕벌이 알은 잘 낳는지, 전염병이나 해충은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이렇게 확인을 하려 틀을 꺼내고 넣다보면 의도치 않게 몇 마리가 눌려 죽는 일이 발생해요. 꿀벌은 페로몬을 대화수단으로 사용하는데, 그 중 동료들에게 경고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페로몬이 있어요. ‘조심해, 공격해’ 등의 뜻이죠. 이 페로몬을 분비하는 기관이 꿀벌의 뱃속에 있는데, 꿀벌이 눌려 죽으면 그 경고 페로몬이 공기 중에 한꺼번에 방출되는 거죠. 이 때 많이들 쏘여요.

서울숲을 방문하시는 시민분들이 벌을 무서워하실까봐 꿀벌정원 벌통은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 설치했어요. 보통 경비벌들이 공격 신호를 보내는데 이 경비벌들의 활동 영역이 벌통 문 앞이거든요. 경비벌의 활동영역을 높여 쏘일 위험을 줄인 거죠.

Q. 양봉을 하다가 겪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꿀벌 무리가 월동에 성공한 것을 확인할 때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저희는 설탕물, 항생제, 살충제를 안 쓰니까 해충한테 시달림도 많이 당하고 겨울에 먹이가 모자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겨울에 걱정을 많이 하죠. 그런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고 재밌어요. 그래서 월동을 도와주기 위해 저희가 벌통 안에 보온재를 집어넣고, 꿀벌 응애(해충)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처리도 하죠. 또 유통하다가 남은 벌꿀을 먹이용으로 모아뒀다가 먹이가 모자란 벌통에 넣어주기도 해요.

Q. 다른 꿀과는 달리 어반비즈 꿀만의 매력이 있나요?

A. 두 가지가 있어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많은 꿀들이 아까시 꿀과 밤 꿀인데요. 저희 꿀은 야생화 꿀이에요. 그래서 풍미가 강하죠. 요리에 넣어서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그 자체로 즐기면 굉장히 향기롭고 맛있어요. 다른 한 가지는 저희 꿀이 천연꿀이라는 점인데요. 꿀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사양꿀, 농축꿀, 천연꿀이죠. 사양꿀은 꿀벌에게 설탕물 먹이를 줘서 꿀에 설탕물 먹이가 섞여 들어간 것을 말해요. 농축꿀은 꿀벌들이 꿀을 완벽히 완성하기 전에 채취한 후 열처리를 통해 가공한 꿀을 말해요. 이 과정에서 각종 미네랄과 효소들이 파괴될 수 있죠. 저희가 쓰는 천연꿀은 꿀벌들이 그들의 힘으로 완전히 만든 꿀을 채취한 것이에요. 이물질을 거르고 처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미네랄과 효소가 풍부한 점이 장점이죠.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꿀벌정원을 노니는 꿀벌

Q. 다른 곤충이나 벌과 달리 꿀벌만이 갖는 특징이나 매력이 있나요?

A. 우선 꿀벌이 없으면 사람도 살 수 없어요. 세계 100대 농작물 중에 70가지 농작물이 결실하는 데 꿀벌이 관여해요. 농작물 이외에도 수십만 종의 현화식물(꽃이 피는 식물) 번식에도 관여를 하죠. 꿀벌이 없어지면 우리가 먹는 견과류, 과일, 채소의 절반 이상이 식탁에서 없어진다고 보면 돼요. 아예 먹지 못하지는 않더라도 생산량이 급감해서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높죠. 아몬드, 사과, 딸기, 블루베리, 수박 등은 꿀벌이 없어지면 먹지 못하는 음식이에요. 또 가축이 초식동물이니까 육류 섭취도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다른 하나는 꿀벌이 민주주의를 한다는 점이에요. 꿀벌 식구는 여왕벌, 일벌, 수벌 이렇게 구성돼요. 벌의 생태를 잘 모르는 분들은 여왕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에 여왕벌이 꿀벌 무리를 통솔하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강력한 군주라고 생각하기 쉽죠. 사실은 정반대예요. 꿀벌 집단에서 가장 강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집단은 일벌이에요. 일벌은 알 낳는 역할 빼고는 꿀벌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하죠. 노동계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노동계층이 가장 강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거예요. 예를 들면, 여왕벌의 자연 수명이 3년~5년인데 여왕벌이 늙어 알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일벌들이 그걸 알아채고 자기들끼리 여왕벌을 교체해요. 꿀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를 보고 ‘조용한 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죠.

Q. 서울숲 꿀벌정원이 작은 규모로 설치돼있는데 이를 확장할 계획은 없나요?

A. 꿀벌의 수를 늘리는 것이 양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죠. 그런데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어요. 개체 수만 무턱대고 늘리면 그 꿀벌을 먹여 살릴 꽃이 부족해져요. 저희는 꿀벌을 늘리는 것만큼 그들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꽃과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양봉 교육생들을 비롯한 저희 고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서울숲은 저희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그런 관계를 이미 잘 알고 계셔서 말씀 나누기가 편해요.

Q. 도시 내 양봉 사업이 도시농업의 일종인데, 도시 내에서 농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A. 시민들이 불편해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꿀벌의 생태를 모르시니까 일단 많이 보이면 무서워하시거든요. 그래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양봉은 관련된 법령, 조례 등이 전혀 없어요. 법제화돼있지 않으니 도시 내에서 양봉 규모를 확장할 근거가 없죠.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이해를 돕기 위해선 제도 변화가 필요해요. 우리가 관련 법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설득이 가능하거든요. 뉴욕도 지난 2010년이 돼서야 처음 도시 양봉 관련 조례가 생겼어요. 이전까지는 도시 양봉이 불법이었죠. 최근 도시농업이 주목 받는 이유가 새로운 취미 혹은 라이프스타일과 연계가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취약 계층의 자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이런 문화 발전을 뒷받침할 만한 제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이 저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꿀벌정원을 둘러보는 신우석 양봉가

Q. 끝으로 서울숲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벌을 무서워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에게 나눠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벌을 무서워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릴게요. 서울숲에 있는 모든 꽃과 나무는 꿀벌을 비롯한 화분매개 곤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어요. 꿀벌이 없으면 서울숲 식물들도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세요. 또 꿀벌은 말벌, 땅벌 등 사나운 벌과는 습성이 전혀 다른 점도 이해해주세요. 꿀벌은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해요. 다음은 벌을 무서워하지 않는 분들에게 말씀드릴게요. 보통 어르신들이 많으세요. 제가 정원에서 일하다보면 종종 작업장에 올라오시곤 해요. 제가 벌통을 열어놓고 작업하는데 갑자기 올라오셔서 꿀에 대해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웃음) 서울숲 꿀벌정원에서 기르는 꿀벌들은 벌꿀 채취를 위해 기르는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는 꿀벌정원에 예쁜 꽃들과 함께 살아가는 꿀벌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찾아간 꿀벌정원에서 신우석 양봉가는 “저기 꿀벌이 한 마리 나와 있네요. 요새처럼 추운 날씨에 나오면 집으로 못 돌아가고 죽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꿀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추운 겨울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습니다. 숲이 잠잠해지는 시간입니다. 저희 파스텔도 여러분과 이별할 시간이 됐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히 보내시고 내년 봄에 매력덩어리 꿀벌을 찾으러 꼭! 서울숲을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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