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현장스케치>

설렘 가득 로맨틱한 하루, 설렘피크닉데이

 

9월 22일, 비 오는 초가을 날 설렘피크닉데이가 서울숲공원에서 펼쳐졌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결실’을 컨셉으로 서울숲 내에 조성된 설렘정원의 조성 의미를 살리기 위해 기획하였습니다. ‘다양한 열매가 열리는 정원에서 사랑의 열매를 맺는 작은 결혼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요.
두 차례의 친환경 작은 결혼식을 진행한 ‘그대가 그린 그린(green)웨딩’, 로맨틱한 재즈공연으로 이루어진 ‘설렘 피크닉 콘서트’, 그리고 커플을 대상으로 한 ‘설렘 가드닝 워크샵’, 이렇게 세 가지의 이벤트로 구성된 설렘피크닉데이 행사는, 설렘정원이라는 장소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적으로도 설렘정원의 컨셉을 확장해 기획한 첫 번째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대가 그린 그린(green)웨딩

설렘피크닉데이의 메인이벤트인 ‘그대가 그린 그린(green) 웨딩’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커플을 선정해 설렘정원에서 친환경 작은 결혼식을 진행한 행사입니다. 지난 8월부터 다소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친환경 작은 결혼식을 진행하고자 하는 커플 사연을 공모해, 그중 두 커플을 선정, 결혼식을 진행했지요. 서울숲에서 이런 작은 결혼식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두 커플의 특별한 사연이 이번 행사에 더욱 아름답고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구자일·김복수의 금혼식 – “친정부모님께 리마인드 웨딩을 해드리고 싶어요.”

저의 부모님은 경상북도 영천 시골 작은 마을의 농부입니다.
논과 밭 그리고 하늘을 벗 삼아 그린그린한 농부의 삶으로 일생을 지내고 계십니다.
자식들이 서울근교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늘 죄인 같은 마음으로 내 삶만 바쁜 듯이 전쟁처럼 살고 있습니다.
올해가 친정아버지 팔순이기도하지만 생신이 겨울이라 항상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밥 한 끼만으로 여태 세월을 보냈습니다.
몇 해 전에 진단받은 파킨슨병환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올해는 가을경에 미리 팔순 잔치를 계획하던 중 이 행사를 접하게 되었고 예전엔 전통결혼식을 하셨으니 이번엔 웨딩드레스 리마인드로 평생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정태훈·이세연의 언약식 – “착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저와 예비신랑은 만난 지 약 4개월 되는 장거리 커플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왕복 400키로가 넘는 거리를 오고 가며 연애를 했습니다.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을 돕는 선한 마음씨와 한결 같이 성실하고 정직한 모습에 서로 사랑하며 함께 가난하고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짧은 기간에 준비하다보니 좋은 것들이 눈에 보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꾸준히 봉사를 하러가는 곳이 있습니다. 노숙자와 쪽방촌 주민인 평균연령 65세 이상 거의 100명이 계신데 그 곳에 녹내장과 백내장이 함께 와서 시력을 잃어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가 결혼하는데 쓰는 비용을 절약하고 그분들에게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는 가을 소풍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100명의 노인 분들이 가을 소풍 가시는데 드는 비용이 약 300만원이라고 하는데 저희 웨딩에 드는 비용을 줄여서 시력을 잃어가는 어르신들께 생애 마지막 단풍을 선물해드리면 좋겠습니다. (후략…)

 

친환경 스몰웨딩을 컨셉으로 설렘정원에서 진행하려던 결혼식은 태풍 타파 소식에 결국 실내로 자리를 옮겨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식장은 무사히 준비되었으나, 두 팀 모두 예쁜 정원에서 야외결혼식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것에 무척 아쉬워했는데요, 다행히 비도 바람도 예상만큼 심하지 않아, 오전에 진행한 리마인드 웨딩은 설렘정원에서 웨딩촬영을, 오후 결혼식은 설렘정원에서 피로연을 제외한 결혼식 전체를 보슬비를 맞으며 진행했습니다.
조금 춥고 약간은 젖기도 했지만, 결혼식의 주인공과 가족들, 하객들 모두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만큼은 시종일관 밝고 훈훈했지요.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내꺼니까 나에게 만큼은 완벽한 것’으로 만드는 결혼의 마법(?)에라도 걸린 것 같았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춥고, 불편한 것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순간이 온전히 주인공들의 것이었기를 바라봅니다.

 

설렘 가드닝 워크샵(a.k.a 꽁냥 워크샵)

커플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렘 가드닝 워크샵은 11시, 14시, 16시,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진행되었고, 총 18쌍의 커플이 참여해 자스민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랑의 기쁨’, ‘당신은 나의 것’ 이라는 꽃말을 가진, 향이 진한 자스민 나무 18그루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에 들려 서울숲을 떠났지요. 커플들이 서로를 소개하면서 쑥스럽지만 서로를 부르는 애칭도 공개하고, 칭찬도 해보면서 시작한 이번 가드닝 워크샵은 끝으로 갈수록 돈독해지는 커플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심은 자스민 나무를 누가 어떻게 기를 것인지,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의논하면서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상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겠지요. 결혼한 커플은 평소 서로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프로그램을 마치며 참여한 커플들은 ‘아이들 없이 둘이서만 뭘 해보는 게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다.’, ‘매번 맛집이나 찾아다니는 데이트만 하다가 이런 걸 하게 되어 너무 신선하다.’, ‘나무에 남자친구 이름을 붙여줬다. 남자친구가 서운하게 할 때마다 얘한테 풀 거니까 조심해라.’, ‘와이프가 마이너스의 손이라 이번에 이 나무는 내가 정성껏 키워보기로 했다. 좋은 추억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등의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부디 모두의 자스민 나무가 오래도록 예쁘고 건강하기를.

 

서울숲이야기 가득 넘쳐 흐른 음악

설렘 콘서트는 기존 야외무대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것을 서울숲이야기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습니다.
커다란 음향 장비와 악기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지요. 애초에 이런 공연을 하려고 만든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설로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무엇보다 지나던 시민이 들러서 감상하기에는 장소가 협소해 많은 시민이 함께 즐기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로즈밴드(ROZZ BAND)와 재즈보컬 김현미, 정밀아, 두 팀의 노련하고 열정적인 공연으로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 탓에 아름다운 설렘정원을 100%로 즐길 수는 없었지만, ‘결실’을 테마로 한 행사답게, 시종 설레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름답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빛내주신 아름다운 두 쌍의 신랑신부와 100여 명의 하객, 열여덟 쌍의 설렘 가드닝 프로그램 참여 커플, 그리고 오며 가며 콘서트를 즐겨주시고 결혼식을 축복해주신 많은 시민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많이 사랑하는 인생 가꾸시기를 서울숲 설렘정원이 기원합니다.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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