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공원으로 소풍 온 고등학생인데요, 쓰레기 좀 줍고 가도 될까요?”

지난 5월 15일 월요일, 공원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는 놀랐습니다. 지금껏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온 학생들은 수없이 많이 봤어도, 학생이 자처해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경우는 보지 못했거든요. 그 학생은 사무실에서 쓰레기 수거 및 처리방법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듣고 약 3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한 후 돌아왔습니다. 조끼를 벗고, 집게를 내려놓는 학생의 동작 하나하나를 우리 직원들은 신기하게 기특하게만 바라보다, 집에 가려는 학생의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 봉사활동을 마친 김현진 학생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일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현진이라고 합니다.

 

(우구구) 반가워요. 오늘 서울숲공원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오늘 사생대회도 있었고, 졸업앨범에 넣을 사진을 촬영하러 왔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지금 한창 바쁠 때겠네요.

다른 친구들은 지금 많이 바쁘지만 저는 수시를 합격해서 여유로워요. 그치만 학교 수업은 충실히 듣고 있어요.

 

오 축하해요! 어떤 전공을 선택했나요?

군사학과에 지원했어요. 제 꿈이 여군 부사관이거든요.

 

멋진 꿈이예요. 평소에 서울숲공원은 자주 오시나요?

집과 학교가 이 근처여서 자주 오는 편이예요. 고민거리가 생겨도 오고, 편히 쉬고 싶을 때 자주 와요. 얼마 전엔 서울숲에서 희귀 포켓몬(ㅋㅋ)을 많이 잡을 수 있어서 혼자 와서 사냥도 많이 하고 갔어요. 가족마당 옆에 있는 피아노도 종종 치곤해요. 오늘 와서 쳐보니까 얼마 전에 조율도 한 것 같더라구요. 공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서울숲을 아주 잘 아시네요! 봉사활동도 자주 하시나요?

제가 어렸을 때 교회에 다녀서, 교회에서 단체로 봉사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 활동을 해서, 동아리에서도 종종 했구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엔 애니아의 집에서 뇌성마비 환자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봉사활동을 거의 못했었는데, 수시합격해서 시간여유가 좀 생겨서 오늘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마음이 정말 예쁘네요. 시간이 많으면 놀고 싶을 텐데.. 오늘 결정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공원에서 졸업사진도 찍었지만, 사생대회도 있었거든요. 저는 글을 썼는데, 제 글의 주제가 ‘봄날’ 이었어요. 공원에 앉아서 봄날에 대한 글을 다 쓰고 일어서려는데, 주변에 쓰레기가 정말 많은 거예요. 편의점에서 먹고 나온 과자봉지, 페트병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해서 먹고 아직 치우지 않아서 쌓여있는 그릇들, 음식쓰레기들.. 제가 쓴 글과 너무도 다른 공원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글에서 표현한 것 같은,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음식 관련 쓰레기 없고) 쾌적한 서울숲’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봉사활동을 하는데 지루하지 않았나요?

전혀요. 제가 팁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다들 음악 듣는 거 좋아하실 거예요. 저는 요즘 래드윔프스(Radwimps)라는 밴드에 푹 빠졌거든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지도 몰라요. 게다가 걸으며, 몸을 움직이니 운동까지 되잖아요. 공기가 맑은 곳에 있고, 운동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도 듣고, 공원도 깨끗하게 만드니.. 일석사조 같아요.

 

(기특기특) 제가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공원을 방문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공원은 기본적으로 도시에서 초록을 즐기기 위해서 오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휴식을 시각적이나 후각적으로 방해하는 것들은 하지 않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인 것 같아요.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순간에는 그냥 배부르고 즐거울 수 있지만, 남기고 간 쓰레기와 그릇이 주는 악취는 정말 어마어마해요. 보기에도 좋지 않구요. 서울숲은 외국인도 많이 오는 공원인데, 대한민국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요. 공원을 공원 그 자체로 느끼고 즐기고 갔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먹고 쓰레기를 남기고 가지 않아도 공원에서는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이 있거든요.

 

글 · 사진 | 이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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