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 신명진 (서울숲 파스텔 – Park Story Teller)

○ 일시 :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 장소 : 서울숲공원 커뮤니티센터 1층
○ 내용 : [전시] 녹색여름전 10주년 기념전

무더운 8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녹색여름전이 순회전시의 마지막 장소로 서울숲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8월 말까지 꼬박 한달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진행됐습니다. 7월 말 워크숍 모집 글이 올라가자마자 엄청난 인기몰이! 환경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 푸른빛으로 물든 여름의 서울숲, 그리고 친환경적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 어우러져 특색 있는 공간감을 자랑했답니다.

녹색여름전, 청량한 바람을 불어오다

시간 맞춰 오시면 작가분이 직접 전시 안내를 해주시기도 한답니다.

녹색여름전은 2008년부터 윤호섭 교수님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작품으로 풀어내는 그린 작가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전시입니다. 출품한 여러 작가들의 의지와 환경에 대한 공감으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시를 관통하는 대 주제는 환경이지만, 그 안에는 일상의 환경, 파괴되는 자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리플렛을 펼치는 순간 이미 녹색여름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언제, 어디서나 감상이 가능합니다.

전시 설명은 전시 리플렛에 대한 소개로 시작합니다. 책, 포스터, 안내책자. 이 모든 종이는 ‘재단’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하지만 녹색여름전은 버려지는 것 없이, 모두 다 사용한다는 취지로 일부러 재단을 하지 않고 그대로 접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리플렛 코너를 보시면 동그란 인쇄 마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필사의 이어짐

 

컬러링 북처럼 손으로 따라 쓰면서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힐링도 받는 필사가 요 근래 서서히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윤호섭 교수님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필사하는 것입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장문을 필사하고 나면 나무, 종이,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녹색여름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양한 재료로 필사한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 리플렛에 각 수기에 대한 설명과 덧붙이는 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작가까지, 필사 수기는 이어집니다.
필사한 글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글씨 하나하나 읽는 사람도 있고, 전체적으로 훑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필사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관람 방식입니다.

우리는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가?

강보라 작가의 Stop! Animal Testing

녹색여름전도 벌써 어언 10년째. 그보다 오래 전부터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또 다르게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강보라 작가의 동물실험 반대 일러스트는 가장 보편적인 화장품 중 하나인 마스카라를 사용한 작품입니다. 화장품 동물 실험에 가장 많이 동원되는 토끼를 표현했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상업의 표시인 SPA 브랜드의 종이백을 캔버스로 활용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일상의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전시를 통해서라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주양섭 작가의 죄 없는 어린이들(Guiltless Children)

지구의 온도가 2도 올라가면 모기는 해충으로부터 안전했던 고산지대로 올라가게 되고, 안전했던 마을은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는 위험한 장소가 되고 맙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이 과정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모기로 구성한 아프리카 어린이의 모습은 모기떼의 상승으로 점차 매몰되어 가는 어린이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점인지, 벌레인지 모를 것들이 가까이 갈수록 그 형체를 드러내고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두 눈으로 관람객을 지켜보는 어린이의 눈망울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섬뜩하지만 생각을 부르는 작품입니다.

함께 쓰고, 오래 쓰고, 나누어 쓰고

예전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약자로, 좋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잘 사용하여 환경 보전을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녹색여름전 전시에는 이처럼 나누어 쓰고, 오래 쓰고, 다시 쓰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베냇저고리 릴레이. 2017 어린 시절 입었던 생각이 나시냐는 질문에, 아이들보다는 어머니들이 웃음으로 화답하셨습니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베냇저고리 릴레이는 하나의 베냇저고리를 새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물려주며 함께 나누어 사용하는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올해까지 모두 열 명의 아기가 이 베냇저고리를 입었고 지금까지 동참해준 아기들의 예전 모습과 현재 큰 모습까지 함께 전시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물건의 ‘오늘’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이 피어나는 전시 내용입니다.

전시 곳곳에 박스를 잘라 만든 쿠션이 있습니다. 이 쿠션은 때로는 방석으로, 때로는 작품 거치대로, 때로는 발판으로 사용됩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터줏대감도 있다고 하니, 녹색여름전 안에서 ‘오래 쓰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2007년부터 반찬의 가격표, 택배용지 스티커 등 스티커와 테잎을 분리해 뭉쳐 하나, 둘씩 만들고 있는 ‘테잎공’ 시리즈.

크기별로 길게 늘어놓으니 뱀꼬리마냥 재미있습니다. 녹색여름전의 독특한 점은 직접 만져보고 촉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 여럿 있다는 점입니다. 일상의 재료를 이용해 일상에서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작품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환경 보호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처음 방문한 녹색여름전이지만 설명까지 곁들여 들으니 지난 10년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려오는 듯 해 괜히 기분이 들떴습니다. 올해 전시를 뒤로 하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전시에 참여하신 작가님들, 시간 내서 전시를 보러 오셨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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