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하는 서울숲 2탄] 공원도 유기농 합니다.

 

서울숲은 지속가능한 공원운영을 위해 기획한 ‘순환하는 서울숲’의 일환으로 공원에 맞는 유기농법을 실험·개발하고 있다.
공원의 자연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 공원에서 다시 사용하는 일명 ‘서울숲 퇴비 프로젝트’는 공원의 자연부산물과 지역 카페의 커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다시 그 퇴비를 공원에 사용하는 프로젝트다. 기업의 후원으로 퇴비장을 조성하고, 공원에서 버려지는 식물 쓰레기, 동물의 분변을 재활용하고, 지역 네트워크 카페의 커피찌꺼기를 기증받아 퇴비를 만든다. 이후에는 퇴비 만드는 과정을 자원봉사 활동으로 진행하고, 퇴비 만드는 원리를 알려주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는 데까지 발전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 프로그램은 환경부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실험과 개선을 거듭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왔다.
퇴비 프로젝트에 이어서 올해는 공원에 맞는 천연농약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실험을 시작한다.
공원에서 사용하는 화학 농약을 대체하기 위해 은행 열매와 잎 등 공원의 식물 부산물과 흙(부엽토), 기타 천연 재료를 배합해 농약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숲은 서울숲에서 생겨나는 모든 것이 최대한 쓰레기가 되지 않고 공원에서 쓰이는 착한 순환의 구조를 만들면서, 더불어 서울숲 방문객, 동·식물, 토양 등 도시 생태계 전반의 건강한 회복에 기여할 더 나은 녹지관리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퇴비 만들기부터 지금의 천연농약에 이르기까지, “순환하는 서울숲”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성환, 이우용 매니저를 만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구실 같은 분위기일줄 알았더니 체험 삶의 현장 분위기다. 은행 냄새가 어마어마하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김성환 이렇게 지독한데 벌레가 안 죽겠나? (웃음) 지금 은행 열매 삶은 물로 살충제 만들고 있다.

 

재작년에 서울숲 자연부산물로 퇴비를 개발하고, 올해는 천연농약을 개발하는 걸로 안다. 공원이 유기농을 하겠다는 말인데 그렇게 할 이유가 있나?

이우용 공원의 나무들은 식물 생산의 목적만을 가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어른들의 쉼터가 되고, 많은 동물들이 서식처가 된다. 방문객 안전과 공원의 생태계를 고려하면 공원을 유기농으로 가꾸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국내 공원에서는 처음 하는 시도다. 우리가 잘 해야 다른 공원들도 따라서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성환 방문객의 안전이나 사람들의 인식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생태계에 영향을 덜 미치면서 병해충을 방제하는 거였다. 생태계라는 게 서로 맞물려서 순환하는 거고, 어느 한쪽이라도 밸런스가 깨지면 결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화학농약은 효율적이긴 해도 땅 속 작은 벌레나 토착 미생물까지 다 죽인다. 그러면 악순환이 된다. 인간이 손 댄 자연이기 때문에 어느 한 균이나 벌레가 대량발생을 하면 이제 그때서야 약을 치고, 그러면 이로운 벌레, 미생물까지 다 죽고, 그럼 또 다른 게 대량발생, 그러면 또 약… 생태계 밸런스가 깨지면서 이런 식이 되는 거다. 그래서 악순환을 깨고 선순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유기농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동물이나 곤충, 미생물, 이런 생태계가 순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순환하는 서울숲’은 자원 순환(재활용)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공원에서는 식물 생산을 위해 농사를 짓는 게 아니기 때문에 농약을 안 쓸 거라고 생각했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농약도 있다고 들었고, 유기농약도 있다. 천연농약을 생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해도 얼핏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김성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에 비하면 공원이 농약을 덜 쓰기는 하겠지만, 우리 공원을 포함한 공원과 녹지, 가로수 등에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는 많이 쓸 거라고 생각한다. 천적이 없는 외래종이 들어오거나 기후변화로 인해 단일종이 대량 발생하는 등, 녹지와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일부러 이야기 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 알아도 관심을 덜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퇴비 프로그램처럼 인식을 만들고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이우용 (화학)농약을 치면 되게 편하고 사다가 쓸 수 있고 예전에는 비용도 덜 들었다. 근래에는 유기농법도 많이 개발이 됐다. 지금은 비용이 많이 낮아져서 오히려 저렴한 것도 있다. 유기농약을 사서 써보기도 했는데 효과가 너무 떨어졌다. 농약이라는 게 토양 개선제, 살충제, 살균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금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농약은 공원에서 나고 자란 식물 부산물, 토착 미생물이 살아 있는 공원의 자연 부산물과 흙 등을 가지고 만든다. 여기 땅에 맞는 농약이 만들어지는 거다.

 

그럼 이어서, 지금 만들고 있는 천연농약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김성환 우용님이 이야기한대로 토착 미생물을 배양시켜서 미생물액을 만든다. 공원의 부엽토를 삶은 감자, 소금, 물 등과 섞어서 미생물을 배양해서 만들어 사용한다. 토양 감염, 오염을 예방하고 식물의 뿌리가 강해지도록 토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거 말고도 은행 등을 삶아서 살충제를 만들고, 흙과 소금, 유황 등을 섞어서 살균제를 만들고 있다. 이것들이 다 완성되면, 흙이나 식물에 잘 붙어서 효과를 높이는 매개인 전착제(오일)도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 섞어서 사용한다. 천연농약 개발이라니 듣기에는 대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도 여기저기 자료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알아낸 것들이고 아직은 해보는 단계다.

 

 

이우용 아무래도 처음이고 미숙하다보니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다. 가성가리와 가성소다를 혼돈해서 전착제를 만들려다가 의도치 않게 비누를 만들게 되기도 했고… 그것도 나름 천연 비누니까 공원에서 쓰고 있다. (웃음)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돌아보면 ‘우당탕탕 농약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웃음) 은행을 끓일 때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았던 바람에 그 물이 발효가 돼서 농약 담은 플라스틱 통이 폭발할 뻔한 적도 있고…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험할 뻔한 일도 있었고 그렇다.

김성환 ‘통 폭발’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렇게 만든 농약을 현장 에서 사용하려면 미리 통에 담아 놔야하지 않나. 담는 병도 사실 사야하는 건데 환경팀과 협력해서 공원에서 버려진 플라 스틱 물병을 모아 사용했다. 공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온다. 플라스틱 물병을 세척해서 사용하니 이것도 공원의 것을 공원에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성공해서 질 높은 천연 농약이 서울숲에서 사용할 정도로 많이 생산되게 되면 그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순환하는 서울숲 3탄도 좋고 개인적인 계획도 좋다.

이우용 서울숲에 은행나무가 되게 많다. 한 1,500주 있다. 나무가 크면서 점점 더 많은 은행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은행이 냄새 때매 민원이 많아 공원이나 지자체에서 은행이 열리지 못하게 줄기를 다 자르거나 수그루로 교체하기도 한다. 서울숲은 자르거나 없애는 대신에 은행을 활용할 수 있게 프로세스, 레시피를 만들어서 다른 공원들에 전파시켜주고 필요하면 은행까지 패키지로 줘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일 좋은 건 그거지만 아무래도 이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 완제품으로 나눔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김성환 사실 다른 공원에서 이걸 만들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공원은 완제품으로 만들어서 줘도 효과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별로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우용 맞다. 오히려 유기농업 도시농업을 하시는 분들이 더 관심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비영리고, 민간단체고, 그래서 뭔가 시도하는 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이게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성과나 효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실험해볼 수 있단 거다. 이번 천연농약도 그렇고, 이렇게 실무자들이 의기투합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공원은 별로 없을 거다.

 

김성환 이거 다음으로 지렁이 관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토양을 건강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렁이 같은 익충이다. 퇴비프로그램 하다 보니 지렁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더라. 살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 퇴비 안에서 저절로 생기는 거다. 산림청이나 농촌진흥청 같은 데서는 아예 지렁이 하나만 갖고 프로그램을 할 정도로 지렁이는 중요한 익충이다. 그래서 지렁이 관련된 프로그램이랑 퇴비프로그램을 시리즈로 같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화학 농약을 많이 쓰면 그 토양에서는 지렁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렁이를 죽이지 않는 유기농업, 지렁이가 살기 좋은 퇴비, 그리고 지렁이. 이런 식으로 생태계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게 ‘순환하는 서울숲’이 그리는 그림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프로젝트가 꼭 성공해서 다른 도시 공원들로 확장, 복제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환 이게 우리도 아주 의미가 있고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중이기는 한데 아직은 공부하고 실험하는 단계다. 관심을 가지고 길게 지켜봐주면 좋겠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고, 앞으로의 활동(노동)도 응원하겠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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