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숲에서 만나요]

공원을 위한 시설, 시설팀

 

도시에 조성된 공원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조성해놓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나무, 꽃, 동물과 곤충만이 공원이 되는 것이 아니지요. 오히려 이런 자연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보다 더 많은 인위적인 시설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숲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숲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이를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으려면, 많은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지요. 식물에게 물을 주는 일, 공원에 물이 흐르게 하는 일, 시민들이 걷는 길, 편리하고 안전한 공원을 위한 다양한 시설물 등, 서울숲의 자연은 많은 노력에 기대어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공원의 안전 및 소방 관리부터 환경, 전기, 기계, 설비 관리 등 광범위한 업무를 맡고 있는 시설팀을 만나서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시설팀은 워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셔서 만나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공원의 시설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린다.

채석재 엄밀히 말해 시설팀이 아니라 시설관리팀이다. 모든 것을 뒷받침 해주는 인프라, 자원을 관리 운영하는 업무를 한다.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게끔 유지관리한다. 시설팀은 최상이 아니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상이 아니라 최적의 상태란, 어떤 의미인지?

채석재 공원은 ‘최고급’이나 ‘최신’의 것을 지향하는 게 맞지 않단 뜻이다. 적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밸런스를 잘 맞춰야한다. 시설물 외의 것들과 조화되어야하고 시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예산도 절감해야한다. 적정선을 찾고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것 말고도 시설팀에게는 녹지 담당 팀과의 밸런스도 중요하다. 시설관리의 편리성만 추구하다보면 녹지관리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 우리가 서울숲을 운영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갈등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항상 쉽지는 않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시설팀은 주로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구역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 공원 시설 전반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생님들 각자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해 달라.

김유영 전체적인 시설 일을 한다. 구분하기 어렵다.

채석재 건축, 목공, 영선, 기계, 전기, 설비, 소방 등의 분야가 있다. (영선?) 예를 들면 책상 다리, 문고리, 손잡이 등을 수리하면 그건 다 영선이다.

강상호 영선은 범위가 굉장히 넓다. 하다못해 오일스테인, 페인트칠하는 보수도 다 영선이다. 시설물 보수 전반을 통칭해서 영선이라고 한다.

김유영 벤치 같은 것도 다 영선이다. 나무 자르는 부분은 목공이지만 그 외에 부분은 영선에 속한다. 이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다 한다. 이전에도 시설(관리) 일을 오랫동안 했다.

양승한 나도 기계나 전기, 소방 중에 고도로 전문화 된 분야를 제외한 영선 등의 분야는 골고루 다 한다.

채석재 기계, 전기, 목공, 영선 등을 너무 명확하게 나누면 오히려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하다못해 벤치 하나를 고치려고 해도 이거는 영선인지 목공인지 뭔지 애매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전문분야가 있더라도 두루두루 한다. ‘나는 목공이면 목수 일만 한다’는 식으로 일해서는 안 된다. 서로 배우고 익히고 같이 일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IT 엔지니어였고, 서울숲에서 기계, 전기, 소방을 주로 맡고 있지만 시설 업무 전체를 하고 있다. 시설팀은 기본적으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한다.

강상호 나는 목공을 포함해서 영선 전반의 일을 주로 해왔고 하고 있다. 서울숲에서는 마찬가지로 시설 전반의 일을 한다. 분야별로 다 따로따로 하다보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채석재 시설팀이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다들 경험이 많다. 꼭 시설 경험이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사회생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다른 분야를 나누고 할 필요가 사실상 없기도 하다. 다들 주특기가 있으면서 올라운드플레이를 한다.

 

그럼 혹시 주특기가 어떻게 되시나?

김유영 나는 주로 나무를 다루는 쪽이 경험이 많고 주특기이기는 하다. 그런데 주특기를 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다 같이 작업을 하니까.

양승한 나는 주특기나 전공을 떠나서 서울숲 시설 및 설비 모든 걸 유지 관리하고 신설도 할 수 있게 하는 팀의 역량을 위해 새로운 걸 습득하면서 일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시설 관련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걸 새롭게 하는 게 내 주특기다. 청소부터 시설과 관련되어 있는 관리 업무들이 있다. 작업을 하면 작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돈도 해야 하지 않나? 사후 정리. 뭐 하나가 주특기라는 개념이 아니라 시설팀은 전반적인 걸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40년 정도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했다.

 

이번에 생태숲(사슴우리) 울타리 공사를 하면서 나온 폐목재를 경계목 등으로 재활용했다고 들었다. 이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버리는 것이 너무나 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를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한 의지가 더 빛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인터뷰의 주요 목적이기도 하다. 이 사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강상호 폐목재가 약 400개 정도 나왔다. 사슴사 울타리가 오래 되서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나온 폐목재가 예상보다 많았다. 목재가 너무 노후 되서 훼손이 많이 되어있었는데. 이렇게 나온 오래되고 훼손된 목재가 양이 엄청나다보니 그냥 버리는 게 활용하는 것보다 쉬운 일인 건 맞다. 그런데 이를 버리는 비용도 있고 공원에 경계목이 필요한 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폐목재를 경계목으로 재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공원 내에 판석길이 많지 않나? 거기에 경계목으로 다 설치를 했다.

 

 

왜 하필 판석길인가?

강상호 판석은 돌길을 예쁘게 만드는 넓은 판 모양의 돌조각인데 이게 판이다 보니 잘 깨진다. 그래서 사이사이 흙이 잘 차 있어야 깨지지 않고 오래 쓸 수가 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면 흙이 쓸려가서 자꾸만 판석길에 다시 흙을 채우지 않으면 파손이 일어나곤 한다. 발이 걸려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외관상 보기에도 안 좋다. 그래서 빗물에 흙이 쓸려가지 않도록 경계목을 대서 흙을 가둬 토사 유출을 막아주는 거다. 공원의 거의 모든 판석길에 경계목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그리고 거울연못 옆에 메타세콰이어 나무 있는데 사이에도 폐목재를 활용해 나무 길을 만들어 놨다.

김유영 현재 오작교에서 쭉 내려오면 가족마당 쪽으로 길게 판석길이 있다. 거기는 작업이 예정되어있고 나머지는 다 했다. 판석길 말고도 더 할 수 있는데, 사용할 수 있는 폐목이 거의 소진되었다.

채석재 폐목은 버리는 데에도 비용이 소용되니까 여러 가지로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 목재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곳에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하지만, 토사 유실로 판석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배수로가 막히지 않도록 하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들이 더 있다.

강상호 사실 이전에도 쓰러져 벤 나무나 기타 시설물에서 나온 소량의 폐목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기는 했었다. 나무 장식물,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 방문자센터 옆에 통나무로 만든 사슴조형물을 봤을 거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폐목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던 건데 지금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조각품 하니 생각난 건데,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시설 관련 사진파일을 받았는데 거기에 다른 공원에서 찍은 나무 조각 장식품 사진도 보이더라. 보면서 서울숲 시설팀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시설을 넘어 경계를 확장한 것 같다.

채석재 그런 면이 있다. 그런데 경계가 모호해진 탓에 ‘도대체 어디까지가 시설의 업무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녹지 업무와의 균형이라는 것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거다. 공원이 아닌 시설만 관리했던 관성에 젖어 시설관리에 최적화하는 식으로만 시설팀을 운영한다면 아름다운 자연, 야생동식물, 특히 큰 나무 같은 것들은 시설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거다. 그런데 시설도 공원의 시설이고, 공원의 존재 목적을 생각하면 시설에만 맞춰 일하면 안 된다.

 

 

이번 폐목재 활용 같은 사례들이 또 있나?

채석재 많다. 쓸 수 있는 건 거의 안 버린다고 보면 된다. 버려진 판석, 보도블록 등을 재활용하고 있다. 그런 건 폐기물로 버리지 않고 목공소 등으로 가져간다. 거기서 필요할 때 활용한다.

양승한 체육공원 실개천 쪽에서 가족마당으로 들어가는 쪽에도 다른 데서 철거해 버려진 판석을 모아뒀다가 재활용했다.

채석재 숲속놀이터 화장실 옆에 올라가는 길에도 벽돌로 길을 깔았다. 다 공원에서 철거했던 걸 재활용한 거다. 활용을 위해 활용하는 게 아니고 상습적으로 물이 고인다던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다.

강상호 일부 자재를 사더라도 부분적으로 재활용하는 걸 포함하면 시설팀에서 재활용하는 게 정말 많다. 직원들이 쓰는 간단한 가구나 휴게실의 평상 같은 것도 필요하면 만들어서 사용한다.

 

워낙 경험과 재주가 많은 분들이 모인 팀이라 사무실에서는 ‘시벤져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시설팀이 출동하면 ‘뚝딱뚝딱’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또는 시민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채석재 전기도 담당하다보니 직원들에게 안전 관련 당부드릴 게 있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위험한 일들이 생긴 적이 있다. 공원은 가정에서처럼 차단기가 있어서 그거 내리면 전기가 안 흐르고 그렇게 되어있지 않다. 상당히 복잡하다. 혹시 누전이 생기거나 했을 때는 무조건 떨어져야한다. 사고가 생기면 대형 사고가 된다. 직원 안전교육을 할 때 한 번 더 이야기 할 계획이다.

양승한 나 같은 경우는 시설팀에서 하는 많은 일들을 배우는 단계인 것 같다. 내가 알 수 있는 게 많아서 좋다. 일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서울숲이 정말 좋다. 오랫동안 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해서, 지금은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 하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이 나이에도 배울 수 있는 게 좋다.

김유영 일 하는 게 다 보람이다. 개인적으로 일 안하고 쉬면 몸이 근지럽다. 예전에는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했었다. 여기서와 비슷한 일이다. 계속 발령이 나니까 여기저기, 여러 곳에서 일을 했었는데, 이전에 어린이공원에서도 10년 일했다. 평생 시설 일을 한 셈이라 머리에 박혀 있고 몸에 배어있다. 이 나이에도 서울숲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일 하는 게 재미있다.

강상호 특별한 건 없는데 나는 방문객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공원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보니 특히 반려견 데리고 산책을 정말 많이 오신다.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배변 후 처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에 개똥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온 걸로 안다. 냄새도 많이 나고 그때그때 직원들이 다 치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공원에서 반려견 산책을 시킬 때 대변은 꼭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고, 사람들이 앉는 곳에 소변을 보게 되면 물을 흘려서 씻어주셔야 한다. 요즘 이 문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 당부 드린다.

 

 

시설팀의 기능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고 계신 데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다.
작은 문제를 ‘뚝딱’ 해결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건 어렵고 대단한 일이지만, 반면에 겉으로는 크게 티 나는 일이 아니어서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전기나 기계를 다루고, 몸 쓰는 일도 많은 걸로 안다. 항상 안전에 유의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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