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숲에서 만나요]

‘같이 자라자’는 챌린지 가든

 

2019년 여름에 처음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챌린지가든을 올해는 더 확장해서 정식으로 출발했다.
챌린지가든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서울숲 습지생태원 내 버려진 기둥과 나대지를 활용해 정원을 조성해보는 프로젝트로, 2020년에는 ‘실패해도 괜찮아!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를 컨셉으로 진행 중이다.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공모를 통해 챌린지가드너로 선발된 6팀이 열심히 만들고 가꿔 습지생태원 기둥정원을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다.
지난 7월, 1차 조성을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는 2020 챌린지가드너 정윤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2020년 4월에 챌린지가드너로 선정되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5월에서야 온라인으로 OT겸 워크숍를 하고, 6월에 조성 시작해서 이제 1차 조성이 완료 되었다고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기 힘들어 더 반갑다. 본인 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아시다시피 이름은 정윤호이고, 준영이 엄마이자 내키정원을 조성한 챌린지가드너다. 얼떨결에 가드너가 되어서 너무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준영이, 준영이 아빠와 함께 팀으로 신청을 한 건데 사실 처음에 하겠다고 한 건 나 혼자였다. 그러다 팀으로 지원해야한대서 같이 하자고 했던 거였는데 막상 하니 다들 좋아했다. 준영이 아빠가 일찍 퇴근을 잘 못하는데 여기 조성 시작한 다음 주 월요일, 일 끝나자마자 여기로 왔다. 이거(정원) 궁금하다고 빨리 심는다고 일찍 온 거다. 그 덕에 준영이도 너무 좋아하고 그랬다.

 

본래 원예 쪽 공부를 한 전문가라고 들었다.

본래 학사 전공은 디자인이었고 디자인 관련 일을 짧게 했었다. 그러다가 석사를 원예학으로 했는데 아마 서울숲에서 일하시는 조경·원예 전문가들도 아실 거다. 식물에 관련한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전문적으로 대답을 해줄 자신이 아직은 없더라. 그래서 원예 공부를 했다고 이야기 잘 안하게 된다. (웃음) 신청하게 된 계기도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근데 사실 이 프로젝트가 누가 뭘 가르쳐주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완전 초보 보다는 어느 정도 기초지식이 있는 분들을 선발한 걸로 안다. 구상한 걸 이곳에서 구현해보는 프로젝트다.

컨셉이 ‘실패해도 괜찮아’이지 않나. ‘원예학을 전공했습니다.’ 라고 말하기 주저될 정도로 실질적인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니까 접근하기에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 그 슬로건이 개인적으로는 되게 큰 힘이 됐다.

 

서울숲 직원도 있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자문해 주시는 전문가도 있기는 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나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혼란스럽거나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나?

자문위원들은 항상 만날 수 없는 분들이고 내가 풀어야 할 문제들은 매일매일 생긴다. 그걸 항상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는 것 같다. ‘온도에 민감한 식물들은 어떻게 관리 하지?’ ‘비가 왔을 때 습한 거 싫어하는 식물들은 어떡하지?’ 그냥 걱정만 있을 뿐이지 해결하는 건 사실 없다. 일단은 지켜보는 거고 실패한 식물들이 생겨나면 그냥 작별 인사를 잘 해야 한다. 그 실패를 통해서 되게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전에 서울숲에 새로 조성된 정원에서 같은 식물 중 유독 하나만 죽어가는 거다. 그래서 조성을 한 가드너에게 왜 그런 건지 물은 적이 있다. 당연히 답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모르는 거예요.’라는 대답을 듣고 작은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을 봤으면 싹을 틔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어떤 결과가 나는지 우리는 전부 알 수 없구나. 이게 자연의 섭리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도 해바라기 씨앗을 뿌렸는데 안 나오더라. 그런 게 가드닝의 매력이기도 하다. 아이랑 그런 걸 기다리는 매력이 있다. 씨를 뿌렸는데 왜 안 나오지? 내일은 나오려나? 하고 와보고, 또 안 나오면 왜 안 나오지? 다음 주엔 나오려나? 하고 또 와보고…. 생각 없이 해봤다가 또 공부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즐거움이다.
나 같은 경우는 만약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저 사실 몰라요’ 라고 대답하게 된다. 뭔가 더 전문적으로 설명해야할 것 같은 압박도 있다. 근데 정원 조성을 실제로 해보면서 점점 쿨해지는 것 같아 좋다. (웃음) 식물을 많이 보내줘 봐야지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식물을 보내드리는 것(?) 말고 살려본 경험도 있나?

‘은쑥’이라고 이번에 처음 본 식물이 있다. 농장 가서 보면 안 살 수가 없게 매력적인 식물이다. 그런데 그게 많이 웃자란 게 막 쓰러져서 와서 주문한 농장에 이야기 하니 새로 보내주셨다. 그러면서 이미 보낸 건 어차피 팔 수 없으니까 알아서 살려보라고 주셨다. 그래서 그걸 판에 두고 웃자란 부분만 계속 잘라주면서 물을 주고 그러니까 이제 좀 다시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하라는 대로 하다보면 어떻게든 살아나는 애도 있고 아닌 애도 있다. 그래서 그린핑거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식물을 잘 키우는 정성과 재능이 있는 손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경험을 해본 거다.

 

가족이 함께 팀으로 참여를 했다고 들었다. 엄마는 전공도 하고 역할이 분명한 것 같은데 준영이는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팀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같이 하게 된 게 가장 크긴 하지만 준영이가 관심을 가지고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돌에 그림을 그린다던지 하는 꾸미기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엄마의 흥을 좀 돋운다던가? 하는 일? (웃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거는 식물을 포트에서 꺼낼 때 살살 마사지하듯이 빼내야 하는데 그걸 잘하고 좋아한다. 처음에 삽질하고 그런 것도 좋아했었는데 힘드니까 오래가지 않더라. 식물을 살살 마사지해서 빼내는 걸 기분 좋아 한다.

챌린지가든은 작년에 처음 세 팀으로 시범 운영 했던 걸 올해 확대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사태가 벌어지면서 만날 수가 없게 되어서 워크숍도 온라인으로 했다. 작년엔 조성 끝나고 파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참여자로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차후에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 본 게 있나?

확대됐으면 좋겠다. 기둥정원이 한 줄 더 조성이 되면 사람들이 한 줄 더 가보지 않을까? 그게 서울숲공원에서 바라는 그림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시민이 참여를 해서 만들어내고 또 그 혜택을 시민들이 받고 하면서 어떤 식으로던 이 공간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게 좋은 것 같다. 또, 여러 팀이 한 팀이 되어서 여러 개의 기둥을 합동으로 조성해본다던지 그런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콘크리트 기둥이 되게 많은 영감을 준다. 전에 이곳에 대해 모를 때는 잘 몰랐는데 애정을 갖고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이 공간이 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더구나 정원이 만들어지니 이 공간이 더 근사하다. 그런데 이런 근사한 공간을 다르게 쓸 수도 있을 텐데 하필 ‘실패해도 좋은 정원’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

이 장소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서울숲에서 메인에 위치하고 눈에 엄청 잘 띄는 공간보다 이곳이 훨씬 더 빈 도화지처럼 느껴진다. 부담도 덜하고…. (웃음) 챌린지가든 취지에 딱 맞는 공간이다. 비록 시국은 이렇지만 서울숲과 챌린지가드너들이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접점이 되는 것 같다.

 

만드신 정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제목이 ‘내키정원’이라고 들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짧게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했다. 준영이가 뱃속에 있을 때 대학원에 가서 원예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둘이 듣는 거니까 등록금이 아깝지 않네 하면서 했던 것 같다. (웃음) 일을 안 한지도 되게 오래됐고 석사를 했다고는 해도 원예 관련 일을 활발하게 한 경험도 없고, 그때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냥 아이랑 지내던 중 동화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화책을 그냥 어떻게 하다 조금 썼는데, 마침 같이 공부하던 교수님께서 그걸 좋게 봐주셔서 용기를 내 공모전에 출품 하기도 했다. 동화 제목이 ‘내 키의 비밀’이다.

아, 그래서 정원 이름이 ‘내키정원’! 그럼 동화의 내용을 정원으로 구현한 건가?

그건 아니다. 생각의 뿌리는 동화로부터 나온 게 맞다. 그 책 한 권에서 모든 게 다 나왔고 동화의 내용은 모두 가족으로부터 나왔다.

 

동화 내용을 조금 소개해 달라.

준영이가 외국에 가야할 사정이 있었다. 거기서 외국인을 처음 만나고 낯선 곳에서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때 유일하게 모래놀이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더라. 자기가 있는 곳이 미국이지만 ‘이건 서울숲이야.’ 이러면서 미국에서 흙으로 서울숲을 만들면서 놀았다. 동화의 이야기는 거기서 출발한다. 아이와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거다. 그림도 잘 못 그리지만 직접 그렸다. 완성되면 자비로라도 출판을 할 계획이다. (웃음) 공백기를 스스로 채우고 싶어서 시작한 거였다.

 

동화의 제목에 따온 것은 알지만 ‘내키정원’이라는 이름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떤 컨셉의 정원인가?

식물도 자라고 아이도 자라는 정원이 컨셉이다. 그래서 자연물로 키를 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키를 표시하는 것도 솔방울로 만들어 소소한 재미를 줬다. 여기 수반이 있는 이 테이블을 주로 준영이가 꾸몄다. 돌에 그림을 그린다던지, 데코는 다 준영이 몫이다. (웃음) 장식으로 쓴 나무는 서울숲의 폐목재를 얻어다가 만들었다. 이런 게 좋은 것 같다. 서울숲 육묘장에서 식물을 얻어오기도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성해야하는 정원 사이즈도 딱 좋다. 저희 노동력으로 딱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웃음)

앞으로도 계속 유지 관리를 하고 가을에 추가로 보식도 한다고 알고 있다. 이 외에 앞으로 계획을 알고 싶다.

이걸로 초안, 기틀을 잡은 것 같다. 뼈대만 잡아 놓은 상태인 것 같고. 저런 수반 테이블도 사지 않고 자연물로 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초기에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식물이 아닌 것들을 많이 구입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들도 앞으로 계속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고, 보식 때는 식물 위주로 풍성한 정원으로 꾸며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 우리 정원 말고 나머지 다섯 팀들의 정원도 다 너무 예쁘다. 각자 특색도 있고 이 공간을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디테일들을 채워가면서 더 아름답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계획이다.

 

기둥정원은 앞서 언급했지만 거의 버려진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시민들이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는 게 공간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건 모두 공감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작은 정원에 한 가족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의 이야기를 더 많이 발굴하고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숲을 가꾸고 키우는 데 직접 참여하는 시민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서울숲과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돈독한 사이로 남아주시기를 바란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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