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숲에서 만나요]

서울숲 육묘장 이야기
“메이드 인 서울숲”이 탄생하는 곳

일반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서울숲공원 내에 육묘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숲공원을 가꾸어 줄 식물을 재배하는 공간으로 2017년 조성된 육묘장은 1,500평가량의 대지에 비닐하우스 5동과 육묘를 위한 농지가 조성되어 있다. 공원을 위해 농사짓는 서울숲 육묘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예진, 김민준 담당 매니저들에게 들어보았다.

※ 육묘란 작물재배나 나무를 번식시키는 데 이용되는 뿌리가 있는 어린 식물을 기르는 것을 가리키는 농업용어로 일반적으로는 먹거리 농산물 재배의 의미로 사용된다.

 

생각보다 넓고 정리가 잘 되어있고 줄 맞춰 가지런히 펼쳐진 식물들이 아름답다. 육묘장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들을 만나 육묘장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각자 하고 있는 일,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예진 1구역에서 녹지대 관리를 맡고 있고, 육묘장도 담당하고 있는 이예진이다. 육묘장에서는 육묘장 전체 관리와 식물 생산을 맡고 있다. 육묘장 업무를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육묘장에서 생산하는 식물의 리스트, 언제 어떤 식물을 얼마나 생산할 건지 관리한다. 여러 명의 녹지 담당자들이 각각 계획에 따라 필요한 식물들을 요청하면 품종과 수량을 조정하고 공급하는 중간 역할을 한다. 꽃이 언제 생산되고 언제 나갈지 일정들을 짜고 그거에 따라서 작업 일정을 조율하고, 물건들도 구매한다. 육묘장은 녹지대이긴 하지만 시설관리와 일정 관리 업무들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봄꽃을 생산한다면 지금부터 파종을 해야지만 초봄에는 심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키울 수 있다. 그런 생산 일정을 짜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김민준 서울숲의 나비정원과 나비 먹이 재배장을 담당하고 있고, 주로 나비 생산 계획이랑 나비 생산을 하기 위한 전반적인 식물관리를 하고 있는 김민준이다. 나비 먹이 재배장은 육묘장이 생기기 이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나비 먹이식물은 관상용이 아닌 애벌레가 잎을 먹는 식물, 나비가 꿀을 빠는 흡밀식물을 주로 기른다. 나비마다 먹이식물이 조금씩 다르고 약을 치면 안 되기 때문에 육묘장에서 함께 관리하지 않고 육묘장 내 나비 먹이 재배장을 별도로 운영한다. 나비 사육에 필요한 식물만 담당하고 있다.

 

서울숲 육묘장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김민준 노지(묘표장 등) 외에 하우스가 총 다섯 동이 있는데 하나는 나비 먹이 재배장이고 나머지 네 동은 육묘장으로 사용한다.

이예진 이렇게 커다란 육묘장이 있는 공원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공원 밖에 따로 둔다. 우리는 공원 안에 있는 거니까 관리하는 차원이 좀 다를 것 같다. 관리자가 수시로 보고 관리할 수 있고, 꽃 같은 것도 필요할 때 그때그때 와서 가지고 가 심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묘장 하우스 네 동은 성격이 조금씩 다 다르다. 한 동은 삽목(*식물의 영양기관인 가지나 잎을 잘라내 다시 심어서 식물을 얻어내는 재배 방식)을 주로 하는 습하고 약간 어둡게 유지하는 공간이고, 하나는 예비용으로 쓰고 있고, 나머지 두 개는 초화(*꽃이 피는 풀, 또는 그 풀에 핀 꽃)용이다.

서울숲 육묘장에서, 서울숲 직원들이 직접 식물을 심고 키워서 공원을 관리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게 육묘장 존재의 의미이기도 할 것 같다.

이예진 서울숲 육묘에 성격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씨앗이나 모종을 구입해서 식물을 생산하는 것과, 서울숲 식물의 씨앗 등을 받아서 ‘메이드 인 서울숲’을 만드는 거다. ‘메이드 인 서울숲’으로 식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에는 아직은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보통은 필요량이 적어 구입하기 애매하거나,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는 특이한 품종들은 한번 시도해본다. 또 한 가지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산수국은 삽목이 잘 되는 편이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되고 보식하는 용도라면 한 100개만 삽목을 해둬도 우리가 충분히 갖다 쓸 양이 된다. 또 코스모스 같은 거는 씨앗이 되게 많이 맺힌다. 그것도 굳이 살 필요 없고, 파종했을 때 꽃도 잘 나고 해서 이런 것들을 하는 편이다.

 

서울숲 전체에 심는 식물 중 육묘장에서 길러서 심는 것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나?

이예진 때에 따라 편차가 꽤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해에 서울숲에 심는 식물 중 절반 이상은 육묘장에서 생산한 식물이다. 그것도 신규 정원을 조성할 때에 외주를 주거나 새로 식물을 사는 거지, 서울숲 일상 관리를 위한 식물 대부분을 육묘장에서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육묘장에서 길러서 공원에 심은 식물은 어떤 게 있나?

이예진 얼마 전에 산수국을 육묘장에서 갖다 많이 심었다. 산수국 같은 경우는 작년에 440본 정도 삽목해 길러서 올해 240본을 심었고, 나머지도 올해 심을 예정이다. 또 작년 가을에 씨를 받아 키운 맥문동도 올해 자수화단 보식(*심은 식물이 죽거나 상한 자리에 보충하여 심음)에 일부 사용했다. 예산 절약의 측면에서도 육묘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비 먹이식물도 마찬가지로 여기서 생산하는지?

김민준 나비 먹이식물 중에서 흡밀식물 중에 붓들래아나, 최근에는 금관화도 파종부터 시작해서 생산하고 있다. 나비 먹이 재배장은 기본적으로 나비 사육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 8월 부터 나비도 생산하고 있다. (나비생산?) 나비먹이 재배장 내에 제 2의 인공사육장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이제 번데기가 우화 (*곤충이 탈피를 거쳐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하기 시작한 단계다. 처음에 번데기 10마리로 시작했는데 한 3~4주쯤 되니까 나비가 산란해서 이제 새로운 나비 2세대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겨울 오기 전까지 해보려고 한다.

 

나비는 나비정원에서만 기르는 거로 알았는데, 이곳에서 해보는 이유가 있나?

김민준 이게 한 1달 반 전부터 구상하고 1달 정도 실행해보고 있다. 나비 먹이 재배장에 농약을 안 치다 보니 외부에서 나비들이 들어와서 알을 낳더라. 여기가 환경이 꽤 좋나보다 생각이 들어서 시도를 해보게 됐다. 그전에는 번식도 하지만 보통 번데기 상태의 나비를 사 오거나 했다. 거의 50대 50의 비율로 사 오거나 여기서 번식시켜 기르거나 했는데, 특히 올해는 나비정원 시설을 정비하고 하면서 그래도 꽤 생산하게 된 거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육묘장의 다음 스케줄이 궁금하다.

이예진 지금 한참 가을꽃도 심고 있다. 코스모스랑 같은 시기인데 지금 심으면 서리 내리기 전까지 필 거다. 과꽃이나 코레우스, 멜람포디움 등을 서울숲 공원 곳곳에 심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폭 축소되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사용할 식물들도 전부 육묘장에서 생산한 게 나간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여기서 식물들이 진짜 많이 나갔을 텐데 프로그램들이 많이 취소되어 아쉽다.

김민준 나비 먹이 재배장은 식물 재배, 나비 키우기, 부수적으로 천연살충제 만드는 것 정도를 하고 있다. 좀 특별한 게 있다면 지금 서울숲에 없는 나비 종을 도입하기 위해서 후박나무를 삽목해 증식하려고 하고 있고, 증식이 성공하면 외부에서 채집해서 나비 인공 사육을 시도할 계획이다.

 

어떤 나비?

김민준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종인데 청띠제비나비라는 종이다. 후박나무는 청띠제비나비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이다.

이예진 그리고 여기는 온실이긴 한데, 시스템이 완벽하진 않아서 슬슬 월동준비를 하고 있다. 밖에 있는 묘목들은 이제 다 싸고 덮고, 미니 하우스를 다 지을 예정이고, 그리고 온실 안에도 별도의 난방 장치가 없기 때문에 2중 하우스로 만들어서 덮을 예정이다. 나비 먹이 재배장은 애초에 하우스가 2중으로 되어있는데 나머진 아니어서 춥다. 지금 미니 하우스를 만들려고 틀은 다 만들어놨고 덮으면 된다.

김민준 나비 먹이 재배장은 흡밀식물들의 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지금 분갈이 작업을 하고 있고, 월동을 위해서 나비 먹이 재배장 안으로 하나씩 하나씩 이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아마 그렇게 지날 것 같다. 올해를 넘겨 길게 보고 있는 것은 아까 이야기했던 후박나무 증식을 성공시켜서 나비 신규 종을 도입하는 게 있다. 그리고 나비 먹이 재배장 주변 야외 공간에 다양한 나비 먹이 식물들을 놔두고 나비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나비를 유인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으로 실험을 해보는 거다. 밖에 환경을 만들어줘서 나비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그게 언뜻 자연스럽게 들리긴 하지만 나비정원이 있는데 무슨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김민준 나비정원을 대체하는 건 아니고, 사육을 위한 종을 받으려고 하는 거다. 같은 호랑나비라도 같은 공간에 갇혀서 번식된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열성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유전적인 다양성을 주기 위해 야외 개체들을 유입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거라 실험을 해봐야 한다.

 

그런 계획과 실험들이 다 성공하게 되면 육묘장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단기적인 계획을 넘어서 육묘장의 5년, 10년 후의 비전을 혹시 그리고 있는 게 있나?

김민준 나비 먹이 재배장의 경우 시스템이 조금 더 전문화되고 시설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비들이 살고 먹고, 번식하고, 생활하는 식물을 재배하다 보니 살충제가 없이 식물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있다. 해충이 못 들어오고 오염되지 않는 완벽한 식물공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예진 개인적인 바람인데 여기가 식물원처럼 오픈된 공간이면 좋겠다. 시민들이 체험도 하고 투어도 할 수 있는 육묘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민들이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애정이 생기는 게 공원에도 좋은 일이 될 거다. 육묘장이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우고, 체험을 제공하기도 하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려면 시설이 우선 정비가 되어야 할 거고 시스템도 갖춰져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막연한 먼 훗날의 이야기다.

 

끝으로 시민들께 바람이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예진 녹지담당자로서 방문객들께 가장 큰 바람은 식물을 안 가져가시는 거다. 어제 심으면 오늘 없어져있고, 꺾이고, 밟혀있고, 그럴 때 정말 속상하다. 인식이 좀 개선되면 좋겠다. 공원의 식물은 함께 누리는 공공재고, 공원에서 뭘 가져가는 건 다른 시민들로부터 빼앗아 가는 거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예쁜 꽃과 나무를 보고 즐길 권리를 훔치는 거라는 생각으로 식물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민준 식물을 훼손하거나 채취하거나 하는 게 다른 많은 서울숲 방문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그 이야기를 강하게 하지 어려웠다. 식물을 훔쳐 가거나 훼손하는 일이 우리에게는 종종 겪는 일이지만 그걸 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극소수를 제외한 많은 다른 시민들께 불편한 마음을 안겨드릴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예진 그냥 거친 손길로 마구 심었던 모래알 같던 씨앗이 싹을 틔우고, 분갈이를 해주면 그게 또 무럭무럭 자라서 잎이 커지고, 그래서 서울숲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많은 분들께 보여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일부러 마음먹지 않아도 애정이 저절로 생긴다. 서울숲에 심어진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그런 많은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김민준 서울숲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서로 잘 지켜주면 아름답게 운영되고, 발전하고,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숲은 시민과 함께 만든 공간이고 계속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우리 의식이 성장하는 만큼 서울숲도 모양을 바꾸며 발전하고 더 많이 개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이 그렇듯이 동종 교배의 끝은 단종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많이 만나 교류하고 그렇게 더 발전하는 서울숲이 되면 좋겠다.

서울숲공원의 꽃, 나비, 많은 동식물은 자연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닌 도시민들을 위해 이곳에 불려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서 만들고, 가꾸고, 지키고 하는 모든 일들이 다 사람의 손길로부터 나온다. 두 분은 그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이 막중하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심고 기르고 번식하는 일들을 활발하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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