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공원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이 더 늘어났습니다. 공원이 감염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면서 공원의 규칙, 감염병 방역 수칙 등을 지키도록 계도해야 하는 직원들은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지요. 24시간 공원 곳곳을 순찰하며 방문객의 안전을 지키고 공원 규칙에 따라 계도 업무를 하는 안전관리팀장 강학모와 시설팀에서 소방·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상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강학모 서울숲에서 12년째 안전관리팀을 담당하고 있는 강학모 팀장이다. 안전관리팀은 말 그대로 서울숲 안전에 관련된 건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시민들한테 직접 위험이 가는 것, 쉽게 말하면 과태료 대상에 해당하는 애완견 미목줄이나 그런 것. 단속 계도가 중심 업무다. 그것 외에도 고사지나 위험물이 있으면 관리사무실로 인계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순찰이 주요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 보니 시설물 파손 등도 파악해서 알려준다. 이용객 안전을 관리하는 모든 업무를 다 하는데 그걸 주로 순찰을 통해서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김민상 서울숲 시설팀에서 4년째 소방·안전 담당 업무를 하고 있다. 소방시설을 관리, 정비하는 업무와 함께 체육시설도 운영하고 있고, 안전관리팀과 협력해서 안전관리 업무도 하고 있다. 안전팀과 관리사무소의 중간 다리 역할도 한다. 또 서울시에서 새로운 업무지침이 오면 거기에 따라서 안전팀이 해당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업무지시도 한다.

 

||공원이 24시간 열려있다 보니 적은 인원으로 공원의 안전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안전팀은 몇 명이 근무를 하나? 그리고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나?

강학모 13명이다. 성수기 주말에는 임시직으로 증원 인력 1명이 더 들어온다. 연휴 때에도 증원인력이 들어오기도 한다. 전기차를 타고 돌아도 공원 구석구석 순찰하면 적어도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총 3개 조가 8시간씩 근무하면서 돌아간다. 중간에 가장 바쁠 시간에는 두 개 조가 겹치는 식으로 근무하는데, 주 5일 근무로 각자 휴무일이 있기 때문에 인력이 충분하지는 않다.

김민상 정시에 쉬고 매일 같은 스케줄로 움직일 수 없다. 돌아가면서 주간, 야간, 심야 스케줄을 바꿔가면서 근무해야하기 때문에 사생활이나 몸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장 몸에 부담이 덜 되고 워라벨도 지킬 수 있게 해주기 위해 근무 형태를 계속 바꿔가면서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심야면 심야, 야간이면 야간을 한 달 동안 계속하게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개인적인 사회생활, 문화생활을 한 달이나 못하게 되는 게 있어서 다음 달엔 다시 바꾸려고 한다.

강학모 어려운 점은 단연코 민원이다. 긴장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민원인 당사자가 화가 나 있거나 하면, 얼굴을 보고 민원인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 긴장이 될 때가 많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바로 가서 해결할 일인지 좀 누그러진 다음에 가는 게 효과적일지 그때그때 감에 따라 응대하기도 한다. 야간 민원은 안전팀만 응대하게 되고 하루 평균 두세 건 정도 되는 것 같다. 요즘은 특히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마라톤을 하는 그룹으로 인한 민원이 많았다. 그 외에는 스케이트파크나 체육공원 쪽 소음 문제 같은 게 주를 이룬다. 농구장 쪽에서 누가 볼을 튀기면 밤에는 엄청 크게 들린다. 주로 인접한 주민들에게서 민원이 들어온다. 계도를 하면 요즘은 웬만하면 따라주기는 하는데 간혹 우리에게 화를 내는 분들도 더러 있다. ‘니들이 뭔데 못하게 하느냐’고 따지는 분도 계시고, 뜬금없는 이유로 응대하는 데 애를 먹는 적도 많다. 안내나 계도의 대상 중엔 연세가 드신 분들도 많아서 특히 더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코로나 이후에 새롭게 생긴 이슈들도 많을 것 같다.

 

강학모 코로나 2.5단계였을 때 음주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그전에는 가볍게 맥주 한두 캔 마시는 젊은 사람들이 간혹 있었지 공원에서 음주 문제가 심했던 일은 없었다. 근데 2.5단계일 때 술집을 못 가니까 공원에 몰려온 거다. 그거 단속하는 것도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도 건수가 많아 그렇지 가서 상황 얘기를 하면 거의 다 따라주셨다.

김민상 서울숲은 음주청청공원으로 지정되어서 음주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게 강제사항이나 법적인 건 아니어서 계도에 애매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에 마스크 단속하다가 폭력 사건이 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 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로 실랑이하다가 폭력 사건이 나고 하지 않았나? 공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학모 그게 순찰 중이던 안전팀이 마스크 단속을 하는데 시비가 붙은 거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마스크 쓰라니까 직원한테 욕설을 하면서 폭력을 쓴 거다. 거기에 우리는 폭력으로 응수할 수 없으니까 다 맞고, 욕 듣고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에 우리가 카메라로 다 찍었고, 그 이후에 경찰에 고발했는데 피의자가 경찰이 몇 차례 소환해도 안 가고 그래서 검찰로 넘어갔다는데 거기서 소환을 해도 안 갔다고 들었다. 그 사건 이후에 공원 현수막, 안전띠 같은 게 끊어지고 찢어지고 하는 일들이 일어났고, 그 장면이 CCTV에 찍혔는데 그 사람인 것 같더라. 아직도 해결은 안 됐다.

 

||최근에 가장 많이 계도하게 되는 위반사항은 어떤 게 있나?

 

김민상 요즘은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는 공원에 출입할 수 없게 되어있고, 이게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데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 전동킥보드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 몰라서 그런 거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많다. 보통은 본인이 장애물이나 갑자기 뛰어든 사람을 보고 급정거를 하다가 본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많다. 킥보드는 일단 타고 들어오면 쫓아가서 잡기가 어려워서 단속이 어렵다.

강학모 저번에 안전팀 한 명이 뛰어서 쫓아가서 잡았다. 초소에서 성수대교까지 뛰어갔다고 하더라. 어떻게 뛰어서 킥보드를 잡냐고 했더니 ‘잡았는데요’ 해서 진짜 깜짝 놀랐다. (웃음)

김민상 그 정도로 열정적이다. 우리 안전팀이. (웃음)

강학모 밤 순찰에서 주력해서 보는 것 중에 반려견 분변 처리도 있다. 환경팀에서 아침에 개 분변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있고, 시민 민원도 있어서 순찰하면서 열심히 본다. 그런데 적발하기가 정말 어렵다. 어두워지면 보이지도 않고, 저 멀리서 보여도 적발하러 가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낮에는 안 그런데 밤에는 바로 옆에서 똥을 싸고 가도 모른다. 강아지 목줄 같은 경우에도 밤에는 안하고 풀어두는 분들이 꽤 많다. 전에 한번은 개 목줄을 안 하고 있는 걸 순찰하는 직원이 본 거다. 그래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가까이 갔더니 얇은 목줄을 하고 있더란다. 그런 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공손하게 ‘아유,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 너스레를 떨고 왔다고 하더라. (웃음)

김민상 밤에는 목줄, 개똥 이런 거 전부 단속하기가 참 힘들다. 단속을 해도 우리가 과태료를 끊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잘 따라주시지만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순찰하고 계도는 하지만 법적인 권리가 없어서 확실히 한계가 있다. 그런 점을 알고 악용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 부분이 사실 힘든 점이기는 하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서울숲공원이 작년에 ‘범죄율 제로 공원’으로 경찰청장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큰 사고가 없기도 하고 작은 사고도 많지 않다. 그 비결이 뭐라고 보시나?

 

강학모 운발 아닐까? (웃음) 농담이고 사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다른 공원도 물론 열심히 하고 있겠지만 우리 공원이 순찰 포인트가 훨씬 많다. 순찰자가 정확히 구석구석 포인트별로 실제 순찰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순찰 태그가 있어서 그 포인트를 다 찍고 지나가야 한다. 약 40군데라 다른 공원들에 비하면 몇 배가 된다고 알고 있다. 꼼꼼하게 구석구석을 다 박은 거다. 그리고 우린 작은 것까지 다 공유를 한다. 세 개 조가 있는데, A조가 (문제 사항을) 발견을 못 했는데 B조가 발견했다면 A조가 곤란해지는 거다.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다 보니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더 세심하게 관찰을 한다. C조는 또 B조가 발견 못 한 새로운 걸 찾아내는 거다. 상상도 못 한 데까지 들어가서 찾아내고 그런다.

 

||경쟁이 비결이라고 보는 건가?

 

강학모 경쟁만은 아니다. 우리는 순찰 다녀오면 서로서로 ‘고생 하셨습니다.’, ‘고생했다.’ 하면서 서로의 고생을 알아주려고 노력한다.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하려고 하고, 어깨도 두드려주고 한다. 우리는 A조가 발견 못 한 걸 C조가 발견했으면 그 다음에는 A조가 사기가 올라서 더 열심히 하고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런데 듣기로는 어떤 공원은 서로서로 안 하는 걸로 피해를 안 주려는 분위기가 있는 곳도 있다 들었고, 특히 서로 격려해주거나 하는 문화가 없는 곳이 많은 것 같더라. ‘고생했다. 힘들었지?’ 이런 말 한마디가 큰 차이를 만들어 준다고 본다. 우리는 순찰을 다녀오면 꼭 시시콜콜 꼭 이야기를 나눈다. 한 사람 다녀오면 다들 궁금해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정식으로 회의를 하는 건 아닌데 가볍게라도 꼬박꼬박 공유한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일을 빨리 배우게 된다. 사례가 좋고 대처를 잘했던 민원에 대해서는 단톡방에 공유해서 기록을 남기고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한다. 순찰하면서 ‘나 지금 (일을) 무지하게 하고 있다. 너도 이제 해야 한다.’ (웃음) 그런 거를 자랑하듯이 단톡방에 올려 나누고 자극을 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그러니까 열정도 옮는 거다. 일을 재미있어 하고 특히 함께 나누는 걸 즐거워한다.

김민상 양적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게 주요한 것 같다. 경쟁하는 것도 있고, 서로 격려해주고 따뜻한 말 해주는 부분도 있고, 잡담도 좀 있고 이런 식으로 일단 양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옆에서 보면 드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좋은 문화가 생겨나는 거다. 보면 안전팀은 정말 가족적인 그런 분위기가 있다.

강학모 그러고 보니까 수다 떠는 게 일을 잘 하기 위한 거였네. (웃음)

 

||이외에 코로나 이후 달라진 점은 또 어떤 게 있나?

 

김민상 계도할 것들이 많아지고 할 일도 따라서 많아졌다. 공원 내에 외부 시설물 소독은 또 안전팀이 한다. 하는 일이 많다.

강학모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는 개인 방문객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단체 이용객들이 많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모이는 게 위험하다보니 야외로 모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긴장하게 된다. 아무래도 단체 이용객을 다른 이용객들이 불안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저렇게 단체로 모여서 마스크 벗고 음식 먹고 마시고 하면 되냐. 동네 주민들도 불안하다.’는 민원이 있는가하면 ‘공원이 이렇게 넓은데 공원에서라도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 공원에서 밥도 먹지 말란 거냐.’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이 시대에 공원의 역할을 생각하면 양쪽 다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는 하다. 안전팀은 그럴 때 어떻게 대응을 하시나?

 

강학모 우리가 법적인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지상정으로 대응 하는 거다. 지침은 구체적이지 않고, 우리가 늘 옳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그래도 만나는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서 응대할 수는 있다. 저번에 마스크 단속을 하다가 폭력사건이 난 이후로는 더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을 하는 거다.

 

||요즘 전기차에 스피커 달고 방송하면서 순찰하시는 걸로 안다. 그 방송을 이야기 하는 건가?

 

강학모 맞다. 아무래도 대면으로 이야기 나누다 보면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원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코로나 관련 방역수칙을 안내하는 방송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현재 순찰차에 스피커를 설치해 진행하고 있다.

||효과가 있나?

 

강학모 생각보다 대단히 효과가 좋다. 코로나 상황에 대해서 모두가 알고 계시기 때문에 방송으로 한 번 더 환기를 해주는 거다. 우리가 하는 걸 보고 중부(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도 현재 따라서 하고 있다. 순찰 중에 중부 질서팀에서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는데 방송이 시끄러우니까 ‘그게 뭐냐’고 해서 알려줬더니 좋은 아이디어라며 샘플을 따가더라.

김민상 모범사례가 된 거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서울에서 우리 공원이 최초 아닐까 싶다. 중부에서 하면 아마 서부도 하고 그럴 거다. 숲 해설 할 때 사용하던 소형 스피커를 활용해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원에 방문하는 시민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 마디 부탁한다.

 

강학모 우리가 안내하고 계도하는 내용은 공원에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한 거다. 오랜 시간 공원에서 일해 오면서 경험한 바에 따라서 가능하면 시민들과 갈등을 줄이면서 방문객 모두가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거지 다른 건 없다. 그러니 안전팀의 계도에 따라주셨으면 한다. 방식이 맘에 들지 않거나, 말투가 거슬리거나,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이해해 주시고 계도 내용에 따라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또 그렇게 따라주시는 많은 시민들께 항상 감사드린다.

김민상 우리가 가서 계도를 하는 게 대부분은 뭘 하지 말라는 요청이기 때문에 일단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화부터 내지 말고 이해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또 말을 거칠게 하시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분들, 업무를 방해하는 행태 등을 우리는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욕설이나 폭력 등은 아주 간혹 있는 일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오래도록 힘든 게 사실이다. 대면 계도를 줄이면서 순찰 시 방송을 하는 것처럼 직원 보호를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 디어를 더 많이 생산해내야 할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사회적인 약속을 지키는 것, 상호 존중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아무래도 대면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일이라 어려움을 피부로 많이 느끼실 것 같다. 공원에서 일을 하면서 겪는 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팀워크, 조직 문화로 해결하고 있는 부분은 다른 팀에서도 배우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격려하면서 즐겁게 힘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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