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장 큰 사건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세계의 일부로서 서울숲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가 서울숲의 모든 크고 작은 사건을 모두 삼켜버린 한 해로, 특히 대면 프로그램, 봉사활동 등은 거의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갑자기 축소 또는 취소해야 했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터는 운영 방식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해지기도 했다.
올 한 해 이런저런 우여곡절 속 많은 고민들에 시달리면서도 결국 새로운 도전을 했던 프로그램 담당자 김선주, 임혜란을 만나 올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선주 서울숲에서 교육프로그램, 투어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2년차 마케팅팀 매니저 김선주다.

임혜란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프로그램 스탭으로 2년째 일하고 있는 임혜란이다. 서울숲 이전에는 숲해설(*숲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숲에 대한 환경적, 문화적 내용을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서울숲과 오랜 인연이 있었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작년에는 주로 어떤 일을 했었나?

 

임혜란 작년에는 청소년 직업체험 프로그램과 ‘아낌없이 주는 서울숲’과 같은 초등학생 환경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해왔다.

김선주 작년에는 행사랑 가드닝 프로그램, 이 두 가지를 전담해서 했었다. 작년에는 이벤트성 프로그램, 이벤트성 행사를 더 주력해서 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서울숲 가을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큰 변화 없이 작년과 같은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올해 계획을 했을 거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재앙을 만나면서 다 무산이 된 걸로 안다.

 

김선주 그렇다. 올해 어떤 걸 하겠다는 계획 같은 게 다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줄은 몰랐다. 몇 달 기다리면 다시 전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기준이나 지침도 처음에는 명확하게 제때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9월이 돼서야 ‘아 이게 길게 가겠구나. 적어도 올해는 계획한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겠구나.’ 생각하게 된 거다.

 

||그래서 나름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해보신 걸로 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걸 대부분 비대면 방식을 전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진행자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걸 익히고 만들어야 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게 쉽게 예상이 된다.

 

임혜란 작년에는 정말 현장에서 사람과 만나고 부딪치는 일들이어서 몸과 마음이 다 바쁘게 돌아갔다. 서울숲에서 일한 첫해였으니까 행사건, 프로그램이건 되게 새로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부딪쳤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몸으로 부딪치는 게 아니니까 똑같이 낯선 환경에 놓였어도 마음가짐이 많이 달랐다. 완전히 비전문가로서 새로운 거를 생각해내고 해야 되는 게 처음에는 솔직히 암담했다. 재미는 오히려 하다 보니까 재미있더라. 영상 편집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런 과정이 새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한 가지를 더 경험해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던 일들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거다. 내가 좀처럼 할 이유가 없던 일들. 그게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거라고는 해도, 일이 되니까 재미있었다. 나뿐 아니라 서울숲공원으로서도 처음인 거라 더 부담이나 큰 욕심 없이 자유롭게 실험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선주 올해는 항상 바쁘긴 하고 늘 뭔가 하고 있는데, 뭘 했냐고 물으면 대답할만한 게 별로 없었다. 준비하다가 엎어지고, 하려고 했다가 취소하고, 취소하는 것도 업무가 됐었다. 이미 신청을 받았던 프로그램을 취소하면 거기에 따라오는 업무들도 있다. 그래서 성과 없이 일만 많은 시간을 좀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게 어느 정도 정돈이 된 후, 어떤 대면 프로그램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사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서울숲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프로그램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언젠가를 위해 준비만 해도 되는 건지, 내가 하는 일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건지, 업무에 대해서 근본부터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가 마케팅팀 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걸 갖고 새롭게 서울숲 프로그램 업무를 정의할 수 있었다. ‘공원에 나오라고 할 수 없으니까 찾아가 볼까?’, ‘뜻하지 않은 재앙 앞에 선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서울숲이 위로해줄 수 있을까?’, ‘서로 만나지 않으면서도 친구가 되고, 친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국에 공원과 프로그램의 역할을 함께 짚어보면서 작지만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사람들의 요구가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그 처음이 ‘초록친구 만들기’였다.

 

 

||초록친구 만들기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김선주 의미와 방식은 단순하다.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식물 씨앗과 간단한 가드닝 도구들을 보내주고 온라인으로 기초 가드닝 강의를 라이브로 하는 거다. 서울숲이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각자가 은둔하고 있는 집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소통도 하고 싶었다.

임혜란 만나서 숲해설을 해주고, 자연물 만들기 공방을 하고, 가드닝 수업을 하는 전문인력들이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게 결심하기도 어렵고 진행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도 잘 몰라서 헤매기도 했다. 지금도 능숙해 졌다고는 볼 수 없고 필요한 게 아직 많이 있다. 그래도 올해를 기점으로 초록친구와 같이 공원에 오지 않고도 공원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게 되게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다. 실제로 참여자들의 피드백도 좋은 편이다.

 

 

||기존에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해왔지 않나? 그럼 원래 오프라인에 있는 걸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보면 되나?

 

김선주 초록친구는 사실 완전히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이지만 기존 가드닝 클래스를 온라인 방식으로 하면 되겠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뭔가 다를 것 같았지만 해보기 전에는 모르겠더라.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하던 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초록친구뿐 아니라 투어라던지, 숲공방(만들기) 프로그램도 오프라인에서 하던 대로 잘 설명하고, 질문이 생기면 따로 받아서 성실하게 답변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을 찍고 편집해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소통하는 일이 말을 넘어선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 작용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말이나 글로만 의사 표현을 하는 게 아니고 표정, 제스처, 하다못해 숨소리로도 소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혜란님의 숲해설 투어를 들을 때 나뭇잎을 따는 손 모양? 예를 들어 얼마나 소중하게 그걸 다루는지, 혹은 살짝 스친 따뜻한 표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영상이나 말만으로는 그런 것들이 전달되지 않는다.
임혜란 맞는 것 같다. 실은 그렇게 만나서 상호작용하면서 했던 수업에 비하면 영상으로는 10%도 채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정보를 전달하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 새삼 느끼기도 했다.

 

||초록친구 말고 투어도 영상으로 제작했고, 서울숲 동물을 소개하는 영상이나 마크라메 하는 숲공방 영상도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해 업로드하신 걸로 안다. 전혀 모르는 분야였을 텐데 만들고 난 소회가 궁금하다.

 

임혜란 실은 안 하던 것들을 자꾸 해봄으로 인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건 재미있고, 하나 만들어내고 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결과물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이런 걸 해본 적도 없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어쨌든 하나를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컸다. 그러고 나니 다음으로 넘어갈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어렵긴 했지만, 실제 프로그램 기획자가 영상을 직접 찍고 만드는 게 아무래도 좀 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은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 있으니까. 영상의 퀄리티는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선주 영상 퀄리티는 두 번째 문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봐도 사실 영상 퀄리티가 대단히 좋다 하는 건 별로 없다. 그냥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앱으로 편집한 것들도 많다.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이 편집인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는 콘텐츠의 질이나 참여자 반응도 측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상황이 더 길어지게 되고 영상을 외주로 제작할만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걸 계속 고민하고 발전시키고 하는 게 지금보다는 점점 더 무거운 숙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진행한 초록친구나 셀프가드닝의 경우는 참여자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는데 만족도는 꽤 높았고, 특히 프로그램 확대를 요구하는 피드백이 대부분이었다. 더 자주, 더 많이 해달라는 거였다. 사실 아마추어라 이번에는 그냥 해보자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있다.

임혜란 셀프가드닝은 가드닝 재료들을 놓고 공원에 방문한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두면서 셀프로 가드닝을 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거였다. 일회용 컵이나 각자의 화분, 버리는 컵 등을 직접 챙겨와서 서울숲에서 식물을 심어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것도 대면을 최소화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건데 참여자 반응이 좋았다.

 

 

||그 외에는 어떤 게 또 있나? 특히 서울숲만의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김선주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한 챌린지가든이 있다. 서울숲 논습지 옆 기둥정원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민가드너가 직접 조성하고, 조성 후에는 직접 시민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걸로 기획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올해는 대면 프로그램이 취소되면서 챌린지가든도 온라인으로 만나고 각자 따로 조성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름에 한참 비가 많이 오지 않았나? 그때 기둥정원이 전부 침수가 되어서 장마가 끝난 후 전부 다시 조성을 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챌린지가든은 내년 상황이 어떻게 되던 계속해서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임혜란 서울숲은 다른 공원에 비해 가드닝이 좀 더 강화된 곳인 것 같다. 다른 공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울숲은 가드닝 관련 프로그램이 형태도 내용도 다양하고 공도 더 많이 들인다. 특히 강사가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진행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김선주 공원에서는 프로그램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숲공원은 시민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고, 지금은 운영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공간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시민과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사랑받아야 존재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공원의 방문객들, 미래의 프로그램 참여자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선주 서울숲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좋으면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서울숲과 함께 프로그램을 발전 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담당자로서 이런저런 생각,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역시 결론은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웃음) 우리가 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시민을 교육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공원이 시민들에게 진정 사랑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거다.

임혜란 전에 보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이 다시 오시더라. 한 번 발을 담그셨던 분들의 재참여가 많다. 물론 대면 프로그램을 올해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지금보다 좀 더 진입장벽을 낮추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날 수 있도록 우리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2020년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한 해였다. 막연한 공포감이 일상이었고, 멈추지 않고 가고는 있는데 앞으로 가는 것 같지가 않았다. 프로그램 담당자들도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방황도 고민도 많이 했을 거다.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들 드리고 싶고,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힘내서 고민하고, 실험하고, 도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댓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Pos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