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숲공원 1구역팀에서 녹지관리업무를 하고 있는 3년 차 매니저 박지연이다.

 

지금도 삽을 들고 계시는데, 주로 하시는 일이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혹시 삽질인가? (웃음)

주로 하는 일은 녹지 유지관리, 정원조성인데, 맞다. (웃음) 삽질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 입사를 하자마자 현재의 ‘모퉁이 정원’, 당시 ‘박지훈 벤치가든’을 조성했던 걸로 안다.

그땐 너무 입사를 하자마자여서 살짝 멘붕이 왔던 기억이 있다. 이전에 기업에서 꽤 오랜 기간 주거 공간을 기획하는 일을 했었고, 입사하기 전에는 정원 조성 관련 교육을 받고 관련된 일도 짧은 기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야외 공간에서 정원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업무는 처음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었던 것 같다.

 

 

▮ 박지연 매니저와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그 ‘공간 기획’에 관한 궁금증 때문이다. 공원은 공공녹지인데 깨끗하게 잘 관리하면 됐지 공원 내에 왜 정원이 조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시민 모두가 누리는 공공녹지라는 차원에서 공원이 볼거리를 추구하는 게 맞나?

볼거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정원을 조성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날 공원 같은 경우에는 큰 나무랑 그 하부 식생, 맥문동이나 호스타 정도만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평면적인 것, 단편적인 역할을 넘어 더 많은 걸 줄 수 있는 공원이 필요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 갔을 때,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거나 폭 넓게 경험하고 위로받고 싶지 않을까?

 

▮ 정원 조성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서울숲을 보면 나무가 되게 많은 데도 있고, 양지도 있고, 물가도 있고, 엄청나게 다양한 생태적 환경들이 공원 안에 있는데, 그에 맞게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공간들이 생기는 거다. 그 이야기에 따라 식물의 종류도 또 달라진다. 공원이 풍부한 이야기와 경험을 많은 사람들한테 제공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칠 공간도 안내판이나 정원 설명서 한 번 더 보고, 생각하면서 걷고, 또 그런 식물이나 이야기로부터 위로받을 수도 있다.

 

▮ 그래도 여전히 왜 공원이 정원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지,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뭣 때문에 필요해졌다.’도 있지만, 변화하고 진보하는 거라고 본다. 예전에는 삭막한 도시에서 공원이 단순히 ‘쾌적한 자연에서의 휴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공간도 그런 식으로 테마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식물들도 다양하게 하고, 이야기도 잘 가꿔서 전달하는 식으로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무가 울창한 데서는 내가 정말 깊은 숲속 오솔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산책로 분위기를 그런 방향으로 극대화할 수 있고, 또 우리꽃길 같은 데를 보면 옛날 할머니 댁에서 봤던 작은 화단을 떠올릴만한 식재와 디자인으로 그런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는 거다. 그렇게 위로와 감정, 상상력을 끌어내고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그런 의도 하에 ‘좋은 공간으로서의 정원’을 기획하고 조성하고 있는 건가?

그런데 정원을 만들면서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정원만 혼자 동떨어지면 안 된다는 거다. 크게는 서울숲만의 고유한 특색을 살리고 환경을 담은, 또 작게는 조성될 부지의 주변 환경을 반영한 공간을 기획하려고 노력한다. 조성 부지에서 뭘 조망할 수 있고, 어떤 나무가 있고, 큰 동선과 닿아 있는지, 작은 동선인지, 사람들이 얼마나 지나가는지, 이런 것을 두루 파악해서 아우를 수 있어야 좋은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전에 기업에서 공간기획을 했던 것이 서울숲에서 일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서울숲에서 일하게 됐을 때 이렇게 넓은 바깥 공간이 처음이긴 했지만 큰 개념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깥이고, 식물이 있고, 자연이 있다는 것. 그러한 차이를 종합해서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내려고 했고,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서울숲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서울숲에는 테마가 있는 정원도 물론 많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평범한 녹지’다. 이런 공간들도 모두 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건가?

공원을 전부 정원으로 만들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일부 공간, 적재적소에 테마를 잘 살리면서 주변과 어우러지는 정원을 만들어, 주변에 생기를 주고 전체를 변화시킨다. 정원의 테마와 특색도 주변과의 어우러짐 혹은 대비를 통해 더 특별해질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정원은 관리가 정말 힘들다. 손이 굉장히 많이 가서 면적 대비 관리 효율이 낮다.

 

▮ 어떤 면에서 비효율적인가?

서울숲에 테마가 있는 화단보다 테마가 없는 화단이 훨씬 더 넓지 않나? 일반 녹지대와 화단을 관리하는 것과 별개로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서 정원관리를 별도로 해야 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일반 녹지대 관리는 보통 관수와 잡초제거 위주의 작업이라 심플하다. 근데 정원은 대개 여러 가지 식물들이 섞여있고, 각자 관리해야 하는 시기나 내용이 다 다르다. 그러니 정원 관리는 면적 대비 훨씬 더 많은 시간, 많은 손길을 요하는 거다. 정원은 관리면에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비효율성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정원의 면적을 넓게 하고 수는 줄이는 게 공간 기획의 면에서, 또 관리 효율 면에서도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엔 입사하자마자 처음으로 조성했다던 그 ‘모퉁이정원’을 재조성한 걸로 안다. 그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고 싶다.

모퉁이정원은 처음에는 워너원 박지훈 팬클럽의 기부로 조성된 벤치가든이었다. 처음에 잘 모르고 정원을 만들기 시작할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 보람도 있고 굉장히 재미있었다. 근데 정원 하나가 만들어지면 이걸 계속 유지관리해서 정원이 점점 무르익고 예뻐져야지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처음 완공된 당시에는 저도 아직 미숙해 그때 토양 상태가 어떤지 이런 걸 파악하지 않고, 토양개량을 하지 않은 채 그냥 땅 파서 심기만 한 거다.

 

 

▮ 정원 조성할 때 다 처음에 토양개량을 해야 하나?

그렇다. 토양개량이라는 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일단 흙을 파서 너무 영양가가 없다면 부엽토나 퇴비를 주고, 너무 건조할 것 같으면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소재를 섞기도 한다. 그렇게 좋은 흙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퉁이정원 같은 경우에는 굴삭기로 돌만 고르고 식물만 배치해 심은 거다. 처음엔 뭐가 문제인지 몰랐는데 여름이 지나니까 식물 절반이 죽는 거다. 원인은 모른 채 식물이 죽은 자리에 새로운 식물로 보식만 했는데 다음 여름이 되니 또 식물 반이 죽었다. 그리고 다시 올해 봄이 되었는데 새싹이 안 올라왔다. 그러니까 겨우내 식물들이 또 죽었다는 거다. 그래서 연구 끝에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는데, 하나는 토양개량을 하지 않은 것, 두 번째는 답압(식물 밟힘)이었다. 그땐 미숙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정원에 많이 들어 올 줄 몰랐다. 화단과 보행로의 경계나 단차를 주지 않았더니 식물들이 정말 많이 밟혔는데, 답압으로 그렇게 식물이 많이 죽을 줄도 몰랐다. 이 두 가지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땅을 파보니, 배수가 안 되는 토양이란 걸 알아내게 됐다. 그래서 우선 배수가 안 되는 점질토를 30cm정도 파내고 배수가 잘 되는 사질 토양을 대신 넣고, 주변에 배수로를 파 물이 잘 빠지도록 했다. 또 답압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존에 없었던 화단 경계를 만들고 지대도 높였다. 배수 문제를 발견하면서 본의 아니게 대공사를 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문제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물가에서만 사는 식물도 있지 않나? 배수가 잘 안 되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바꿔 심는 게 더 간단하지 않나?

이렇게까지 해도 실패하면 그럴까 한다.(웃음) 이번에는 조금은 욕심을 부린 것 같기도 하다. 서울숲에서는 첫 정원이라. 그리고 계속해서 심어보지 않았던 식물, 접해보지 못했던 것, 새로운 식물을 서울숲에 심어보고 있다. 모퉁이정원은 나무가 많은 서울숲에서는 드문 양지다. 이런 공간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식물들을 다양하게 심어보고 맞는지 알아보고 새로운 식물로 새로운 분위기를 디자인해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식물에 관심, 욕심이 좀 많다.(웃음)

 

▮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가을에 ‘느린 산책의 정원2’가 생긴다. 1은 작년에 조성했던 테마가 수국인 ‘수국길’이고, 2와 3까지 3개년 계획이 있다. 그중 2번째가 올가을에 만들어질 건데, 서울숲 안에서 나의 소임은 ‘가장 서울숲 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수국길, 모퉁이정원 등, 서울숲 부산물로 경계목을 만든 화단이 여러 군데 있다. 그리고 수국길은 특히 서울숲에 울창한 나무들을 되게 잘 활용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서울숲 이끼라든지 이런 걸 캐 와서 쓰기도 했고, 되도록 자생식물을 활용했다, 그런 것들이 공간을 주변과 어울리게, 그리고 ‘서울숲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렇게 서울숲의 특색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내 소임이고, 그래서 가장 서울숲스러운 ‘느린 산책의 정원2’를 수국길 옆에 만들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의 일부를 툭 떼어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내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

 

 

▮ 끝으로 혹시 서울숲공원 방문객들께 바라는 게 있다면?

너무 1차원적이긴 한데 (웃음) 식물을 밟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서울숲 화단을 내 집 화단처럼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름답고 이야기가 있는 정원을 가꾸는 걸로 보답하려고 한다.

 

서울숲 녹지팀은 서울숲 전체의 녹지를 기획·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박지연 매니저는 이전에 기업에서 주로 실내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해왔으며, 서울숲에서 이전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야외 공간(정원, 화단 등)을 디자인, 관리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공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박지연 매니저의 노력을 응원해 주세요.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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