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곤충식물원을 운영하고, 식물원 내 온대, 열대 식물, 관엽류 등의 식물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입사 3년 차 매니저 이보윤이다.

 

ㆍ서울숲 곤충식물원은 어떤 곳인가?
서울숲 곤충식물원은 공원이 조성되기 전 뚝섬 정수장이 있던 자리에 정수장 시설물의 골조를 살려서 2005년에 지은 온실이다. 곤충식물원의 식물은 크게 다육이랑 선인장, 온대·열대 초화류나 관엽식물, 레몬이나 파파야, 바나나, 망고 같은 열대 과실수 등 200여 종의 식물이 있다. 이외에도 제주에서 주로 사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도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교·관목이 130종 정도였는데, 현재는 141종 으로 늘었고, 지피식물 같이 좀 낮은 식물은 작년에는 48종 이었는데 현재는 78종까지 늘어났다.

 

△ 곤충식물원 외관

 

ㆍ식물 종을 늘린 이유가 있나?
곤충식물원은 관람 시설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분들께 더 다양한 식물들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결정적으로 작년에 식물원 폭포 쪽에 다리를 놓으면서 그 주변을 새로 조성하게 되어 식물 종이 많이 늘어났다.
또, 서울숲 곤충식물원에는 식물 외에도 거북이 같은 동물과 어류, 곤충 등도 함께 살고 있다. 1년 내내 비슷한 기온과 기후를 유지하는 공간이라,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사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지내는 400평가량의 소규모 온실이라고 짤막하게 소개할 수 있겠다.

 

ㆍ같은 공원 안에 있어도 일반 녹지대 관리와 식물원 관리는 좀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실외의 녹지관리와는 차이가 크다. 야외공간은 범위도 넓고 나무나 풀들이 군락진 곳들도 많아서 한꺼번에 식물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 곤충식물원은 전시 공간이기 때문에 식물 생육 말고도 고려할 게 더 많다. (어떤?) 예를 들면 전정이나 예초를 할 때도 많이 한 번에 확 자르지 못하고 조금씩, 섬세하게 자주 자른다. 미관을 항상 크게 고려하면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일상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 않나 싶다.
또 온실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애들을 키우고 있고, 식물 종이 완전 다르다는 점도 있다. 야자 등 열대 식물들이 많은데 이 식물이 온·습도만 잘 맞춰주면 생각보다 굉장히 잘 자란다. 2005년에 개관하면서 2.5m 되는 애들을 식재를 해놨다고 하면 지금은 현재 4.5m? 거의 천장에 닿을 듯한 상태다. 아무래도 실내라 큰 장비가 들어올 수 없다 보니 큰 나무의 관리에 어려움도 있다. 이렇게 천장까지 자란 큰 나무는 그만큼 토심(땅의 깊이)도 깊어야 하는데 옛 정수장 시설에 흙을 담아 만든 식물원이다 보니 땅이 깊지 않다. 높이 자란 열대식물 같은 게 키가 크고 과실도 달리고 이런 게 관람 거리가 되어서 좋은데, 작은 온실이다 보니 천정에 닿는 문제, 토양이 충분히 깊지 않아 나무가 쓰러지거나 땅이 뿌리에 들려 올라오는 문제 같은 게 있다. 외부 공간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는 것들이다. 나무도 시설도 오래되다 보니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다.

 

△ 곤충식물원 내부(2층)

 

ㆍ단순 녹지가 아니라 시설물이라 생기는 복잡함이 있는 것 같다.
맞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5년에 만들어져서 나무들도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특히 시설물이 많이 노후화되어 있다. 교체해야 하는 부분, 망가진 것, 시간의 때가 묻은 곳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다른 팀, 특히 시설팀의 협조를 많이 받아야 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생겨서 의논도 많이 하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ㆍ이전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조경을 전공하긴 했는데, 전에는 주로 원예와 관련된 일을 했다. 특히 원예 수업. 원예 치료사 자격증이 있다. 서울숲에 처음 왔을 때는 곤충식물원의 식물 관리도 물론 하겠지만 주로 곤충식물원만의 프로그램, 원예와 관련한 프로그램이나 투어 프로그램 같은 것들 진행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생각보다 식물원에서 식물관리, 시설관리 관련해서 배울 것,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후엔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았다. 그래서 현재는 주로 식물원과 식물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ㆍ기대와 달라 실망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도 있지만 곤충식물원은 기본적으로 식물 생육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듣기에 어떨지 모르겠지만 식물원은 식물이 전시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자연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인위적인 시설물이다. 곤충식물원, 나비정원, 그리고 비교적 최근 리뉴얼한 수생연못 같은 경우 서울숲에서 몇 안 되는 관람 시설이다. 애초에 보이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을 방문하는 분들께 볼 거리, 느낄 거리, 배울 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건 내가 서울숲에서 하고자 했던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같은 식물이라도 테마를 정해 전시를 기획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배울 거리,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들,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안내해왔다. 코로나와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수생연못

 

ㆍ방금 언급한 수생연못 이야기가 궁금하다. 6월 말에 재조성을 마쳤고 현재는 수생식물 전시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수생연못은 원래 나비 정원 옆에 있는 이름 없는 작은 연못이었다. 거기도 정수장 시설을 살린 거다 보니 완전히 자연적인 연못이 아니었고,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완전히 방치된 공간은 아니고 갈대나 부들, 노랑어리연꽃 같은 것들이 좀 있었고, 개구리나 다양한 곤충들, 거북이들도 살고 있었다. 현재의 수생연못으로 재조성하면서 수생 식물 30종가량을 심었는데, 수련 종류를 늘리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물수선화라던지, 물무궁화, 해수화 같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식물을 선별해서 조성했다. 그런데 그 연못에 유해 종으로 분류된 거북이도 살고 있고, 식물을 많이 뜯어 먹는 애들이 있어서 얼마나 잘 자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거북이들이 식물을 먹는 걸 좀 방지해보려고 식물 주변에 철제 밴딩 처리를 했다. 아직까지는 그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 수생연못에 심은 식물 중 바깥 월동을 못 하는 식물들이 10종 정도가 되는데, 날이 추워지면 그 식물들은 곤충식물원에 옮겨 관리할 예정이다.

 

ㆍ전에도 연못이 없던 건 아닌데 새롭게 수생연못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성한 이유는 뭔가?
첫 번째로는 경관개선을 위한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크게 관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예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관리를 좀 더 공들여 했을 때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봤고, 실제 결과도 예상한 대로인 것 같다. 많이 아름다워졌고, 더운 날씨임에도 사진 찍으러 오시는 분들, 구경하기 위해 머무는 분들이 많아졌다. 두 번째로는 식물원과 비슷한 개념이다. 공원의 몇 안 되는 관람 시설로서 방문하는 분들께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다. 수생연못도, 곤충식물원, 나비정원도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지만 규모는 매우 작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야기한 대로 보기 드문 식물을 배치하고, 식물별로 특징별로 분류해 안내하고, 비오톱 조성도 했다. 잘 관리되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작은 연못이 그 자체로 생태 커리큘럼, 콘텐츠가 되는 거다.

 

ㆍ비오톱? 그게 뭔가?
자연물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생물의 서식지를 조성해주는 건데, 돌 틈이나 나무 틈 같은 곳에 곤충이나 새들이 알을 낳거나 먹이를 숨기거나 해서 사람 눈에 안 띄는 자기들의 공간을 만들어서 생태계가 조성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걸 말한다. 수생연못에 서울숲 폐목재 같은 걸 가져다가 비오톱을 만들었다. 나무 사이사이에 물고기가 숨어들어서 새들 먹이가 되는 걸 피한다든지 하고 있다. 물고기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거기에 들어온 모양이다. 저번에는 까치들이 와서 물고기 잡아먹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것도 보았고, 어떻게 거기로 건너갔는지 새끼고양이들이 와 있는 것도 보았다. 나한테도 신기한 광경이다. 단순히 예쁜 식물을 넣어 전시 식물을 늘린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주변 생태계가 다양해지고 건강해지는 거다. 이런 건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생태 학습의 좋은 커리큘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금쟁이, 올챙이와 개구리, 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이 개체 수도 많이 늘었는데, 이런 것들 모두 일부러 거기에 넣은 게 아니다. 연못을 정리하고 식물을 관리하고 비오톱을 조성했더니 저절로 다른 생물들이 풍성해졌다.

 

수생연뭇 비오톱

 

ㆍ좋은 생태 학습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서 지금 물에 사는 식물 전시도 하고 있는 건가? 짤막하게 전시 소개를 부탁한다.
7월에 수생연못에서 물에 사는 식물전이 운영이 된다. 수생연못은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수생식물은 아무래도 흙에 사는 식물이랑은 모양이나 형태, 생태가 다르다. 물에 떠서 사는 식물, 물속에 사는 식물, 잎만 바깥에 나오는 식물 등, 이런 거에 대한 설명이나 재미있는 퀴즈 같은 것도 준비했다. 호기심도 해결하고 관찰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열어놓은 전시니까 공원에 오시면 꼭 한 번씩 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수생식물전이 끝난 뒤에도 많은 수생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ㆍ전시 이후 곤충식물원이나 수생연못 관련해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짧게는 그냥 일상 관리를 잘하는 것과 식물들 이름을 알려주는 표찰부터 그 식물에 담긴 스토리를 보여주는 다양한 안내 사인물과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면 식물원 내에 돌담을 쌓고 제주에 사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들을 전시했는데 여기에 안내판이 없으면 식물원에 왜 그런 곳이 존재하는지, 이게 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하다못해 식물의 이름, 그 식물이 제주에 살던 자생식물이라는 점이라도 알리면 그 화단을 보는 재미가 달라질 거라고 본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본래 식물원 용도로 지어지지 않았다는 식물원의 태생으로부터 기인한 문제, 예를 들면 얕은 토심 같은? 그런 것과 식물원 규모, 큰 나무들이 더 이상 자랄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열대 식물을 육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로 육묘장을 만들던 식물원 한켠을 활용하던 방법을 찾아야 앞으로 생길 다양한 일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방문하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서울숲 곤충식물원 식물 담당 이보윤 매니저

 

ㆍ마지막으로 방문객들께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사실 서울숲에 있는 관람시설들, 수생연못도 그렇고 나비정원, 곤충식물원도 그렇고, 다 규모가 되게 작다. 그래서 이 세 군데를 다 돌아본다고 하더라도, 그냥 걷는 속도로 보고 지나간다고 하면 별로 볼 게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자세히 보게 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식물이 예쁘다’ 하고 지나가는 것 이상으로 ‘이런 연못에서 이런 식물이 살 수 있구나’, ‘이런 식물 종류가 의외로 많구나’ 이런 것들을 배워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히 보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께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곳인 만큼 더 천천히, 세심하게 봐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나도 시선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에 맞게 식물 관리도 하려고 한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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