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숲에서 만나요] 서울숲 녹지 매니저 조우리 인터뷰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을 향해, ‘습지생태원’

녹지 2구역팀 조우리 매니저 △

파란 하늘과 햇빛이 아름다운 가을 날, 서울숲 습지생태원에서 조우리 매니저를 만났다.
조우리 매니저는 서울숲에서 습지생태원의 녹지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숲 내에서는 비교적 방문객이 적고, 덜 알려진 습지생태원을 녹지 2구역팀 습지 담당 매니저, 조우리와 함께 돌아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먼저 자기소개를 해 달라

서울숲공원에서 2구역 녹지를 담당하고 있는, 3년차 매니저 조우리다.

 

🎤 2구역은 어디를 말하나?

녹지 2구역은 무지개언덕과 꿀벌정원, 나비정원, 곤충식물원, 생태숲, 사슴사, 은행나무숲, 습지가 위치하고 있는 곳인데, 그중에서도 은행나무숲과 습지를 담당하고 있다.

 

🎤 실은 습지가 메인 공원에서 지리상 조금 동떨어져 있기도 하고 서울숲에서는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좀 덜 닿는 곳이라 더 궁금한 게 많다. 습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려 달라.

습지 같은 경우는 서울숲에서도 조금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습지는 유수지(*평지나 넓은 강물에서 일시적으로 홍수량의 일부를 저수하는 곳) 근처에 있어서 주로 물가에 있는 식물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버드나무와 억새, 갈대류들이 많고, 노랑어리연 등 연못 안의 식물도 많이 있다. 그리고 습지에는 유아숲체험원이 속해 있어서 아이들이 단체 학습, 프로그램 등의 목적으로 많이 놀러오는 곳이기도 하다. 또 유수지 인근에는 새들이 많이 날아오기 때문에 생태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비 등의 철새류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먹이를 공급하기 위해 논습지를 조성해 벼도 기르고 있다. 이런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류관찰대도 습지에 위치하고 있다.

 

 

🎤 철새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인가?

서울숲은 지정학적으로 중랑천과 한강이 맞닿은 곳이라 철새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라고 알고있다. 그중에서도 습지는 중랑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야생 조류를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다. 완전히 습지에 서식하는 건 아니지만 잠깐 들러 물을 마시고 쉬었다 가는 장소인 걸로 안다. 그래서 습지생태원은 더 생태적인 공간이다. 보이기 위한 관리도 물론 하지만 동식물을 위한 생태적인 관리? 그러니까 손을 덜 대는 관리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생태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서 관리하는 곳이다.

 

△ 조류관찰대

 

🎤 생태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관리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많은 새들이 습지를 찾고, 또 습지엔 유수지와 연결된 호수가 있다. 거기에 다양한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고 이 어류들은 또 왜가리나 오리, 해오라기 같은 새들의 먹이가 된다. 물에 사는 식물은 이런 어류가 숨거나 서식할 집이 된다. 그래서 식물을 보기 좋게 하는 관점에서 보고 관리하지 않는다. 특히 어류, 소동물의 서식지가 되는 식물을 최대한 자연적으로 그대로 둔다. 또 습지는 물이 있고 다양한 동식물이 있기 때문에 화학적인 방제, 비료를 쓸 수 없다. 그런 걸 쓰면 물고기들에 해가 갈 거다. 그래서 해충이 생겼을 때나 나무에 병이 왔을 때 이거를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약을 치면 안 되니까 물리적으로 방제를 해야 하는데, 물리적인 방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나무에 트랩을 감아서 벌레가 거기 붙어서 죽게 하거나,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때는 아예 가지를 자르는 식의 방제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갈대가 서 있어야 하는데, 덩굴류의 유해식물이 전부 덮어서 다 넘어간 거다. 그래서 그것도 어쩔 수 없이 베게 됐는데,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유해식물이라 너무 빠르게 퍼지고 그 주변 나무들도 병이 들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베기는 했는데, 거기도 사실 곤충 등 많은 소동물들의 서식처였을 거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지 그런 게 매번 고민된다. 이런 것만 아니면 습지는 가능하면 손을 적게 대는 식으로 최대한 자연적으로 두려고 한다.

 

△ 습지생태원 유아숲체험원 화단

 

🎤 그래서인지 서울숲의 다른 공간들 같은 정원이나 화단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습지라고 화단이 없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디자인과 식물종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숲의 다른 정원과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우선 빗물이 고이는 유수지에 인접해 있어서 비가 많이 오면 식물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일이 발생하거나, 한참을 물이 고여 있기도 한다. 그럴 때 썩거나 죽지 않는, 습기에 강한 제한적인 종의 식물들로 정원을 조성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뭔가 화단을 조성할 때 가급적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한 번 조성하고 나면 식물이 피고 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원’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계절을 전부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원을 기획한다. 사실 습지는 오랫동안 공원의 구석진 곳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서울숲공원을 운영한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곳이 습지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음습한 느낌의 방치된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밝아지고, 사계절 예쁜, 잘 관리된 정원과 화단이 생겨났다.

 

🎤 주로 어떤 식물을 볼 수 있나?

봄에는 주로 샤스타 데이지가 있고, 여름에는 주로 부처꽃이나 천인국, 숙근 해바라기, 나무수국 등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억새류나 가우라 같은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을에 오면 벼가 익어가는 것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억새랑 마른 나무수국을 볼 수 있다. 또 논습지 옆 기둥정원에는 다양한 덩굴류를 심어서 사계절 볼거리가 풍부한 습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 습지생태원 호수 전경

 

🎤 이러한 관리 덕인지 예전에 비해 방문객이 늘어난 것 같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지하철이나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공원의 메인이 되는 공간과는 좀 동떨어진 곳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 느낀다. 샤스타데이지가 한 무더기 피어있는 거를 누가 인스타에 올린 걸 보기도 했고, 벼가 있어서 일부러 그걸 보러 오시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원래 사람들이 많고, 이미 잘 알려진 공간이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공간이라는 것도 습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숲의 메인 공간, 그러니까 군마상쪽으로 들어와서 가족마당, 중앙호수 등 공원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서 습지를 오려면 성수중고등학교 뒷길을 거쳐서 와야 하는데, 전에는 개나리가 피는 봄이 아니면 조금 음산한 분위기가 도는 산책로였던 것을, 개울을 따라 다양한 꽃과 식물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개울정원’을 산책로 전체에 길게 조성해, 습지로 가는 길도 예뻐졌다. 그래서 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공간이 습지생태원이다.

 

△ 최근 기업의 후원으로 습지정원이 조성되었다

 

🎤 정원 이야기가 마침 나왔는데, 습지에 최근 기업 후원으로 습지정원을 조성했다고 들었다.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습지에는 직원들끼리만 ‘성동창고’라고 부르던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 안에 쓰레기가 엄청 많았다. 여러 가지 사정에 방치되었다가 드디어 작년에 그 쓰레기를 다 버렸는데, 거기가 텅 빈 콘크리트 터널 같은 모양이라 그 앞이 전부 뭔가 음습하고 한기도 좀 느껴지는 보기 흉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거기를 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원래는 측백나무 같은 걸 길게 심어 차폐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락앤락에서 후원이 들어와서 ‘그러면 정원을 만들자’ 라고 얘기가 된 거다. 그런데 그 부지를 생각해보니까 거기가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들어오는 곳이라서 측백을 심기에는 환경적으로 맞지 않았다. 물이 고이는 땅이어서 물에 좀 잠겨도 잘 살 수 있는 수종으로, 측백나무 대신 삼색버드나무로 바꾸고, 키를 다양하게 해서 뒤쪽에 길게 줄지어 심고, 그 앞에는 물에 강한 초화를 이것저것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주로 삼색버드나무, 꽃창포, 벌개미취, 돌단풍, 아이리스 등 물가나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심었다. 락앤락의 후원 덕분에 자칫 어둡고 음습할 수 있던 공간이 밝고 예쁜 공간이 되어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 아직 식물이 충분히 자란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완공된 지 얼마나 된 건가?

한 달반에서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 본래 차폐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큰 나무를 심을까 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다 큰 나무는 구하고, 운반하는 데에 비용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더구나 삼색버드나무는 속성수이기 때문에 2~3년만 지나도 다 커버린다. 지금은 차폐라기에는 조금 비어 보이지만 2~3년만 지나면 충분히 차폐기능도 하고, 풍성한 정원이 될 걸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시공은 이미 한두 달 전에 마쳤지만 완성은 2년쯤 뒤에 되는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 논습지에서 제비먹이서식지를 가꾸고 있다

 

🎤 습지정원 바로 옆에 논이 있는데 제비 서식 쉼터라고 안내판도 있다. 벼농사를 짓고 있고 코로나 이전에는 시민 대상 모내기와 추수 프로그램도 진행한 걸로 안다.

아까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습지는 철새가 오가는 곳이라 새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보기 힘든 제비가 발견이 된 거다. 그래서 제비가 다음 해에도 넘어오도록 서울숲이 제비들을 돕고 있다. 제비가 집을 지을 때 필요한 지푸라기와 진흙도 제공하고, 마실 물이랑 각종 벌레들도 제공하기 위해 이에 가장 적합한 논을 만들게 된 거다. 제비가 매년 찾아오고 있다.

 

🎤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해서 아쉽게 됐다.

맞다. 시민들이 직접 모도 심고, 가을에는 추수하고, 탈곡도 해서 나눠 가져가기도 하는, 재미있고 반응도 좋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제비를 포함해 습지를 찾는 많은 새들을 위해 계속 모를 심고 추수를 하고 있다. 새들이 겨울 내 먹을 수 있는 알곡을 제공하기 위해서 작년에는 추수한 볏단을 거의 탈곡하지 않고 그대로 널어놓았었다.

 

△ 2019년까지 모내기, 추수하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든다. 녹지 담당자가 벼농사를 짓는 것도 좀 뜬금없고, 새들 먹이를 심어서 철새들을 돌보는 것도 좀 어색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하는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습지를 담당하게 되면서 당연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겼다. 논습지는 이미 조성이 되어있어서 이어서 하게 된 거고, 습지의 녹지 관리 기획이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습지의 식물을 새나 물고기 등의 서식지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특히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적이 없어서 벼농사가 너무 막막했다. 모판을 구하는 것부터 험난한 과정이었고, 모내기는 재미있었지만 그걸 키워내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다. 계속 잡초도 뽑아줘야 하고, 태풍이 오면 쓰러진 벼들을 세워줘야 하고, 물도 항시 채워줘야 하고,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해서 농사 초보에게는 엄청 괴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걸 다른 녹지 관리와 함께 해야 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 녹지 담당자의 일로만 생각을 하면 사실상 경험할 일이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장점이다. 서울숲공원 습지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않았을 일들을 다 경험할 수 있어서 그건 좋은 것 같다. 말하자면 좋은 스펙이 된 것 같다. 벼농사 스펙. (웃음) 힘든 건 힘들지만 새로운 걸 하는 거라 재미있다. 언젠가는 이 경험을 쓸 데가 있지 않을까?

 

 

🎤 끝으로 방문객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달라.

습지는 좀 덜 알려진 곳이고 최대한 자연적인 공간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그런데 어쨌든 도시공원이다 보니 방문하는 분마다 습지를 찾는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유아숲체험원을 주로 사용하면서 그곳의 화단을 좀 더 예쁜 꽃으로 가꿔주기를 원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풀을 벤다던지 좀 더 관리를 해 달라 요청하기도 하고, 또 조류 관찰을 목적으로 방문하셨던 분들 중에는 해충 방제나 가지치기, 풀베기 등의 작업을 불안해하기도 한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는 생태적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해충과 유해식물로부터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방치하지 않고 가능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도록 관리해야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서울숲의 다른 공간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미가 있는 곳으로 가꾸고 있다. 그런 자연을 즐겨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습지가 외진 곳이다 보니까 식물을 도난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즐겨주시고, 내 집 정원처럼 귀하게 여겨주시면 좋겠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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