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 이관용 (서울숲 파스텔 – Park Story Teller)

○ 일시 :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10:00-12:00
○ 장소 : 서울숲공원 커뮤니티센터 2층 강의실, 서울숲일대
○ 내용 : [봉사활동] 홍성각 교수의 나무 이야기

 

삼복더위가 한풀 꺾인 월요일 아침, 서울숲 커뮤니티센터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강의실은 금세 강의를 들으러 온 수강생들로 가득 차버립니다. 곧이어 머리가 희끗하신 어르신 한 분이 들어오시며 “오늘은 쉬나무 얘기를 한번 해봅시다.”라며 운을 떼십니다. 바로 홍성각교수님이십니다.

건국대학교 농과대학 산림자원학과에서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시던 홍성각교수님은 은퇴 후 벌써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숲에서 「나무특강」으로 재능기부를 해오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서울숲 사랑모임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숲과 나무에 대한 교육으로 시작하셨습니다. 이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개 강의를 해달라는 요구를 적극 반영하시면서 지금의 ‘나무이야기’가 완성되었고, 아직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홍성각교수의 나무이야기」프로그램은 일 년 단위로 ‘수목생리학’, ‘임학개론’, ‘산림생태학’ 등으로 매년 한 가지씩 주제를 잡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수목생리학’이고, 오늘의 ‘나무이야기’는 ‘쉬나무’, ‘토양의 수분(水分) 조건’ 그리고 ‘증산작용’이었습니다.

쉬나무에 대해 강의해주시는 홍성각교수님

쉬나무는 예부터 기름이 많은 나무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쉬나무 기름을 등불을 켜는데 자주 이용했습니다. 당연히 글방이 있는 마을에 가면 쉬나무를 종종 볼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해방 전에는 충청북도에만 쉬나무가 약 100석(한 석이 두 가마)이 자라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쉬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하지만 석유의 유입으로 쉬나무의 이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쉬나무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나무들은 보통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에 수분(受粉)이 씻겨 내려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쉬나무는 보통의 나무와는 다르게 6월 30일경부터 7월 20일경 사이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양봉업자들의 식재 요청과 함께 쉬나무가 디젤 엔진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조금씩 심어지게 됐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서울숲에도 쉬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있다고 덧붙이시며 쉬는 시간 후에 쉬나무를 관찰하러 나가보자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해주시는 쉬나무 이야기가 마치 어릴 적 할아버지 무릎위에 앉아 수박을 베어 먹으며 들었던 옛날 얘기처럼 흥미진진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교수님께서는 올해 강의 주제인 ‘수목생리학’을 본격적으로 다루시기 전에 나무 한 종을 소재로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십니다.

 

증산작용에 대해 강의해주시는 홍성각교수님

쉬나무 이야기가 끝나자 교수님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의 수분(水分) 조건과 증산작용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토양에는 사토(沙土), 양토(壤土), 식토(埴土) 그리고 유기질 토양이 있는데, 이 중 수분(水分) 저장 능력과 양분 저장 능력 그리고 통기성이 좋은 토양이어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은 유기질 토양, 식토(埴土), 양토(壤土), 사토(沙土) 순서로 좋은 토양이라고 말씀하시며, “이것만 알면 일 년치 강의가 끝이야!”라며 재치 있는 농담도 더하셨습니다.

증산작용이란 잎의 기공을 통해 물이 기체 상태로 빠져나가는 작용을 의미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증산작용이 없으면 식물이 타버린다고 말씀하시며 증산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후 증산작용이 일어나는 기작을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자세하게 풀어내주시며 수강생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서울숲의 쉬나무

약 한 시간 반의 강의가 끝나고 다 같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교수님과 수강생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쉬나무는 서울숲 동남부에 몇 그루가 심어져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차근차근 쉬나무의 곳곳을 가리키시며 수업시간에 해주신 말씀을 다시 해주셨습니다.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시는 홍성각교수님

쉬나무를 몇 그루 본 이후에도 교수님께서는 조금 더 둘러보자고 하시며 야외 강의를 이어나가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수강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며 서울숲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수강생들의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을 해주시며 궁금증을 타파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원래 숲이 사람하고 아주 친한 공간인데, 도시화가 되면서 우리가 숲을 만날 기회가 너무 없어졌어. 어려서부터 자주 경험하면서 숲이랑 친근감도 높이고 하면 자연스럽게 감성도도 높아지고 하는데… 자주 만나야 돼. 서로가. 이렇게 사람 많은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좋은 일이야!” 교수님의 말씀처럼 여러분도 더위가 한 풀 꺾인 여름의 끝 무렵에서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를 즐기시면서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서울숲의 진가를 파헤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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