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커다란 혼란 속에서 숨죽여 이 재난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요즘이다.
서울숲도 3월까지 모든 행사와 프로그램, 자원봉사가 취소되었고, 실내 공간들은 방문자센터를 제외하고 모두 휴관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갇힌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나마 야외공간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공원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원의 청결과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팀은 요즘 어떤 계획을 갖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환경팀 반장 박복희

요즘 안녕하시냐는 말을 많이 묻기도 하고 듣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공원에서 환경을 담당하는 일을 하시니 요즘 더더욱 ‘안녕’하신 지 궁금하다.

다들 개인위생 신경 쓰고, 답답해도 마스크 쓰고 일하면서 조심하고 있다. 특히 소독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독한 약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각자 스스로의 안전에 대해서도 신경 쓸 수 있게 노력한다.

 

먼저 본인 소개를 해 달라.

2018년 4월에 입사해 서울숲 환경 담당 3년차이자 현재 환경팀 반장인 박복희다.

 

△환경팀 직원이 공원 곳곳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미화”라던가 “청소” 같은 일반적인 표현 대신 “환경”팀 이라고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팀이 하는 일도 간단하게 소개 해 달라.

미화원이나 청소부라고 부르지 않고 ‘환경팀’이라고 한 이유는 공원이 특수한 곳이기 때문이다. 건물 청소처럼 청소해야 하는 오염, 청소해야 하는 공간이 명확하지 않다. 딱 그 일만 하게 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새똥은 땅에 떨어지면 자연물이고 평상이나 벤치에 떨어지면 오염물이다. 흙이나 낙엽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오염물이지만 야외 공간에서는 자연물이다. 환경팀은 공원 환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고 안전하게 만드는 전반적인 일을 한다. 환경 관련 포괄적인 업무를 하기 때문에 환경팀이라고 부르는 거다. 구체적인 업무로 보면 공원 전체 청소도 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폐기물을 관리하고, 공원 소독도 하고, 화장실을 관리하고, 해충이 발생하면 방제도 한다. 그 밖에도 유해 요소나 보기 싫고 지저분한 것들도 그때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 처리한다.

 

코로나19로 서울숲 뿐 아니라 대한민국 거의 모든 곳에서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숲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현재 어떤 일을 하나?

소독제 대용량 20kg짜리가 있는데 지난 1달간 3통 사서 2통 좀 넘게 썼다. 보통 절약하기 위해서 물에 희석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구매한 원액 그대로 쓴다. 상당한 양을 쓴 거다. 사실 아무리 소독, 방역을 해도 요즘은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여가를 즐기기 어렵지 않나? 그래서 공원이 더 열심히 소독을 하면 야외공간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소독약이도 아끼지 않고 쓰려고 하고 있다. 오늘 아침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보니 플라스틱 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었을 때 3일간 존재한다는 중국 연구가 있더라. 서울숲 같은 경우 최소 1일 2회를 기본으로 소독하고 있다. 최소한 1일 2회는 꼭 손잡이 등 사람들 손이 많이 가는 데를 닦고 있다. 그냥 뿌려도 되는 곳에는 그냥 뿌려두지만 손잡이 같은 데는 물기가 있으면 사람들이 찝찝해할 수 있어서 꼭 전용 수건으로 닦아준다.

 

△ “손 닿는 부분은 더 꼼꼼하게 소독하고 있어요.”

 

그리고 보면 이게(소독약) 유리 세정제 병이다. 저번에 보니 천연 농약 만드는 팀에서도 공원 플라스틱 물병을 재활용 하더라. 우리도 소독제를 덜어서 사용할 분무기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본래 공원에서 유리 닦을 때 쓰던 분무기의 빈 병을 모아서 재활용해 쓰고 있다.
화장실은 본래 매일 락스 소독을 한다. 지금은 락스 비율을 좀 더 높이도록 하고 거기에 추가로 소독제 소독을 하고 있다. 세제나 소독제를 어떤 식으로 혼합해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침이 있다. 지침대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방문객이 더 많아지면 좀 더 자주 소독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추가 소독하는 것 외에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꼼꼼하게 소독하고 청소하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다.
있다면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사실 쓰레기 봉투처럼 무거운 것을 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쪼그려 일을 하면 숨이 많이 찬다. 대부분 연세도 있고 하다 보니 더 그렇다. 그리고 방문객 응대를 할 일이 생기면 마스크가 없는 게 의사소통도 더 잘된다. 하지만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일을 하거나 응대를 하도록 하고 있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함도 있지만, 공원과 방문객들 간의 신뢰형성을 위한 거라고도 볼 수 있다.
화장실은 보통 연세가 높은 환경 담당 여자 직원들이 담당한다. 소독제는 균을 죽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지만, 소독을 많이 할수록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다. 일하시는 분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환기, 마스크착용, 장갑 착용 등 안전 수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를 제외하면 공원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쓰레기 문제다.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공원이 노력해야 할 과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성수기에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가족무대 앞 쓰레기 거치대가 지금은 4구인데 성수기 때는 8구로 늘린다. 한 군데서 한 번 치울 때 100리터 종량제 봉투를 10개씩 채우기도 한다. (수거하는) 전기차에 최대 20개까지 실리는데, 한 군데에서만 반이 차게 되는 거다. 성수기 기준, 전체 쓰레기봉투 거치대가 총 29개소, 137구다. 아주 성수기 때는 여기서 하루 100리터 종량제 쓰레기만 130개까지 나왔다. 그러면 하루 동안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공원에서 13,000리터가 나온다는 거다. 재활용 쓰레기와 폐기물까지 합치면 더 많아진다. 직접 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거다. 정말 엄청난 양이 우리 공원에서만 하루 동안 나오는 거다.
플라스틱 사용도 문제지만 쓰레기를 조금 더 잘 버리면 전체 양을 줄일 수 있을 거다. 우선 재활용 봉투에 깨끗한 재활용품이 모여야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음료수가 그대로 담겨있는 통을 버린다던가,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통이나 상자를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버린다. 그게 (음식물이) 묻으면 깨끗했던 재활용 쓰레기까지 전부 일반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공원을 이용하는 분들이 조금만 함께 노력해주시면 적어도 이런 부분은 해결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 1일 최대 13,000리터의 일반 쓰레기가 버려진다.

 

공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어떤 것이 있나?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가 가장 많다. 피자나 치킨 박스, 떡볶이 일회용 용기 등이다. 가장 좋은 건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 거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키는 것 외에는 줄일 방법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가능한 덜 시키고, 한곳에서 시켜서 한곳에 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가능하면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오시면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일회용품 쓰레기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공원에는 음수대가 곳곳에 있다. 물을 사 먹는 대신에 음수대의 물을 드시면 버려지는 플라스틱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어서 방문객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성수기 때, 환경팀 인원이 제일 많을 때 공원 쓰레기 수거 업무를 4명이 한다. 계속 정해진 코스를 돌며 수거를 하고 치우지만 인원이 충분하지는 않기 때문에 쓰레기를 잘못 버리면 쓰레기가 넘치고 쌓이게 된다. 그러면 깨끗하게 분리배출을 하고 싶어 하는 방문객들도 잘 버리는 게 불가능해질 거다. 그래서 서로 돕는 마음으로 버릴 때 가능한 부피를 줄이고 음식물쓰레기는 가져가시거나, 음료는 화장실에서 처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특히 음식물, 음료가 흘러나오는 상태로 버리게 되면 치우는 사람들(직원들)은 치울 때 그게 안 보이니까 그 오물을 몸으로 맞게 된다. 워낙 무거워서 메치기 하듯이 들어 올리는데 그러면 맞을 수밖에 없다. 오물을 맞으면 비위생적이기도 하고, 또 그걸 처리 하느라 수거 속도도 늦어지게 된다. 그런 부분들을 함께 도와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실제로 분리 배출을 잘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럴 때 정말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3년차라고 하셨는데, 지난 3년간 일하시면서 느낀 공원의 변화가 궁금하다.

자화자찬은 아니고(웃음) 공원이 확실히 깨끗해졌다. 그건 시민의식의 변화이기도 하고 우리 노력이기도 하다.
갑자기 큰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꾸준히 변화해 온 것 같다. 깨끗할수록 더 깨끗하게 하고 싶어진다. 방문객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공원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환경 일이 눈에 잘 안 보이게 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보니 이걸 누군가 ‘사람’이 하는 거라는 걸 자꾸 잊게 되는 것 같다. 공원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고 계신 노고에 항상 감사드리고, 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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