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숲에서 만나요>

서울숲 사육사 인터뷰

“버리지도, 잃어버리지도 마세요.”

△ 서울숲컨서번시 사육사 최미선

 

 

서울숲은 아름다운 나무와 꽃, 잘 조성된 정원과 숲으로 알려져 있지만, 꽃사슴 또한 ‘서울숲’하면 떠오르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현재 27마리의 꽃사슴들이 서울숲 사슴우리에서 사육사의 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지요. 서울숲컨서번시가 생긴 이래 서울숲의 꽃사슴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돌보고 있는 공원의 유일한 사육사, 최미선을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서울숲 최고의 아이돌, 꽃사슴을 돌보고 있는 걸로 안다. 한편 부럽다. 우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본인 업무를 직접 소개해 달라.

서울숲공원에서 동물을 담당하고 있는 최미선이다.
꽃사슴, 토끼 등 공원에서 돌보는 동물을 포함, 야생동물, 유기동물 등 모든 동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사육하는 동물들의 서식지 조성도 하고 있다. 보통은 사육사라고 한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했고, 졸업 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서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서울숲에서 일하기 전에는 동물원에서 일을 했었다.

 

 

그럼 동물원의 사육사와 공원의 사육사 차이점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다른가?

동물원에는 크게 조련사와 사육사가 있다. 조련이란 말이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말이기는 한데, 기본적으로는 훈련을 시키는 거다. 예를 들면 코끼리처럼 엄청나게 크고 힘이 센데 머리가 아주 좋은 동물들을 치료를 해야 할 때, 마취를 해서 눕힌 다음에 하는 것보다 훈련을 시켜서 상처를 보여주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동물원에는 수의사가 있고, 먹이를 마련하는 조리팀이 따로, 있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직원은 또 따로 있고, 분변을 치우는 것도 따로 환경팀에서 한다. 사육사는 말 그대로 사육만 하면 되도록 세세하게 분업이 되어 있는 반면, 서울숲은 동물원이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동물 관련 모든 일을 다 한다. 동물 분변 같은 경우 동물원은 전문 업체에 맡겨서 처리한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게 없으니까 분변 처리를 고민하다가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한 거다. 토끼 똥, 사슴 똥을 모아서 주면 퇴비장에서 친환경 퇴비로 만든다.

 

공원 사육사가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 사육은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쉽게 말하면 수의사는 아픈 걸 고치는 거고, 사육사는 아프지 않게 해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잘 먹이고 서식지를 잘 조성해주는 것도 해야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방역과 방제다. 그 외에는 계절별, 털갈이할 때 등 시기별, 동물별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서울숲에서는 주로 꽃사슴, 토끼가 있다고 보면 되는데, 초식동물은 거의 비슷한 편이다. 사슴과 토끼는 같은 먹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도 비슷하다. 사슴 토끼 말고도 곤충식물원에 거북이나, 양서류, 곤충류 등이 더 있다.

 

그렇다면 서울숲 야생동물은 어떤 게 있나?

생태숲에 고라니가 있으니까 고라니들이 잘살고 있는지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관리한다. 또 공원에 야생조류들이 많이 있다. 다치거나 어미에게 버려졌거나 해서 공원 관리사무소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주로 야생동물 센터로 보낸다. 하지만 야생동물센터도 모든 동물을 다 받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친 새들을 직접 치료하기도 하고,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는 직접 포육해서 날려 보내고,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희귀종은 무조건 야생동물센터로 보낸다.

 

△ 어미에게 버려진 맷비둘기를 인공포육해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사육동물, 야생동물, 그리고 유기동물이 있다고 했다. 공원에 유기되는 동물이 많은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공원에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유기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잃어버린 경우다. 접수된 적은 없지만 유기된 걸로 보이는 떠돌이 개를 목격한 적은 종종 있었는데 잡지는 못했다. 사람에 쫓겨 동네로 숨어들거나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개나 고양이 보다는 그 외 소동물들을 ‘공원에 버리면 키워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버리는 경우가 꽤 있다. 사실 공원은 버려진 동물을 거두지 않는다. 공원은 그런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지 않고 현실적으로 공원에서 돌볼 수 있는 동물의 개체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기동물을 무작정 받을 수 없기도 하다.

 

어떤 동물들이 버려졌었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

가끔 ‘거기(서울숲) 토끼 키우던데 기증할 수 있나요?’ 같은 문의 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다. 근데 기르던 동물을 기증한다는 건 엄밀히 기증이 아니라 유기라고 생각한다.
한참 전에 새끼를 밴 토끼가 집이랑 먹이랑 이런저런 물품들과 함께 토끼장 앞에 버려져 있던 적이 있었다. 진짜 추운 겨울이었다. 정성스럽게 챙겨서 죽으라고 버린 거로밖에는 보이지 않아 솔직히 화가 났다. 유기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더 심각하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서울숲에는 토끼장이 있어서 특히 더 쉽게 여기 버릴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버려진 토끼를 공원이 받는다고 해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지 못해 죽는 경우, 텃세 때문에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버려져서 새로 들어온 토끼로부터 전염병이 옮아 다른 토끼들이 위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숲 같은 일개 공원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텐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은 의무적으로 동물등록을 하는 게 많은 부분 해결해줄 거로 본다. 강아지뿐 아니라 집에서 동물을 기르겠다고 할 때는 의무적으로 동물등록을 하도록 하면 유기동물의 수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원에서는 동물 등록을 포함해 동물의 생명을 존중할 수 있도록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올해 성동구청,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서울숲에서 유기동물 관련 캠페인과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행사들이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가 되면서 서울숲공원 단독으로 유기동물 관련 비대면 캠페인을 고민하고 있다.

△ 서울숲 토끼 사육장에는 20여 마리의 토끼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역자치단체나 동물보호단체는 의무도 있고 명분도 있지만, 공원은 유기동물 문제와 관련이 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유기동물 캠페인을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기동물은 공원에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된 문제고 생명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공원도 문제해결에 기여해야 한다. 얼마 전 서울숲에 유기견으로 접수된 푸들이 있었다. 미용도 너무 잘 되어 있고 사람도 잘 따르고 어느 정도 교육도 된 아이라 당연히 등록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동물병원에 방문했다. 그런데 칩이 없다고 하더라. 다행히 공원에서 SNS 등을 통해 알린 걸 보고 2~3일 안에 주인이 바로 찾기는 했지만, 그렇게 잘 관리되고 있는 애완견조차 동물등록은 안되었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 등록이 되어있었다면 당일 바로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리고 어쩌면 동물등록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 적어도 잃어버려서 유기동물이 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등록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2개월령 이상 개들은 의무적으로 동물등록을 하도록 법이 제정되어있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로 확대될 거라고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도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https://www.animal.go.kr)
이런 정보를 알려주고 동물등록을 하도록 유도하면, 공원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창하게는 아니라도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의식을 환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

 

사실 동물 등록도 단속이 병행되지 않으면 동물을 유기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슬프게도 동물을 쉽게 사고, 팔고, 버리는 물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이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마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예전에 비하면 지금도 많이 나아졌으니까. 사람들 인식이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애완동물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고 성숙해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바라는 것보다는 더디겠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걸로 기대한다. 서울숲에서도 2017년만 해도 그해 봄만 열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접수됐었는데 올봄엔 사실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꽃사슴 프로그램할 때 참여한 아이들이 ‘이거 키우고 싶어. 이거 데려가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아이 엄마들은 보통 그냥 멋쩍게 웃고 만다. 그러면 내가 고양이 같은 것 안아보고 털 확 묻은 걸 보여주면서 ‘봤지? 헤엑! 이거 털 봐봐. 고양이는 집에서 키우는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해주면 엄마들이 되게 좋아한다.
동물을 키우는 데 겪게 되는 이런 커다란 불편과 높은 책임감, 경제적 부담 등등 감당해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결정하고, 결정하고 나서도 두세 번 더 생각해서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면 좋겠다. 하나의 생명을 정말로 책임질 마음과 결심이 있고,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도 막상 기르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동물을 만날 기회가 없고,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고, 만지고, 교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서울숲공원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동물을 존중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가까이서 만나 교감해보는 경험은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 중단되었지만 추후에는 동물과 만나는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더 확대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서울숲의 동물들을 아끼고, 동물들과 시민이 만나는 건강한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생명을 아끼는 마음, 책임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 준 인터뷰여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서울숲의 동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잘 돌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글. 사진  서울숲컨서번시 김나연

jinna@seoul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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